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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단 1초 만에 만들어졌습니다”

기쁨과 슬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듯한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감미로운 멜로디는 듣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정교한 음악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에 의해 단 1초 만에 탄생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작곡에 필요한 영감의 고통도,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음표를 다듬는 인고의 시간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만이 감성적인 결과물을 빚어냈다.
광주개인급전 이 얘기의 주인공은 국내 최초의 AI 작곡가 ‘이봄(EvoM)’과, 이를 개발한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다. 안 교수는 최근 매경미디어그룹 AI 전문 유튜브 채널 ‘지식전파사’에 출연해 AI가 열어갈 예술의 신세계와 그 이면의 쟁점을 심도 있게 풀어냈다.


‘AI가 1초 만에 뚝딱’… 서울대학교 대학원 그게 가능해?
음악은 오랫동안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으로 여겨졌다.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소리로 승화하는 작업은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영역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안 교수가 개발한 ‘이봄’은 이 믿음을 흔드는 상징적 존재다.

이봄은 단순히 기존 음악 데이터를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인간 작곡가들 전세자금대출서류 의 작곡 방식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진화 음악(Evolutionary Music)’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작곡 이론의 핵심을 코드화해 음악적 뼈대를 세우고, 여기에 무작위 속성을 더해 곡을 생성한다. 이후 스스로 결과물을 평가·점수화하며 완성도를 높여 간다. 이는 마치 작곡가가 끊임없이 퇴고하며 곡을 다듬는 과정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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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과 자동피아노가 연계해 연주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갈무리)



안 교수는 “초기 AI 작곡은 기술 과시에 불과했다”며 “인간 연주자가 소화하기 힘든 BPM 160 이상의 속주나 10개 이상의 건반을 동시에 누르는 현 금계산계곡 란한 기교를 선보이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K팝, EDM, 심지어 국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화할 수 있다”며 “50여명의 음악 전문가들로부터 작곡 비법을 학습하면서 표현력도 풍부해져 기술만으로는 인간과 AI 음악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봄의 등장은 음악 산업에 ‘효율성’과 ‘확장성’이라는 새 화두를 던졌다. 작곡가가 하나의 곡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물리적·정신적 비용을 AI가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AI를 통해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 소유하는 새로운 창작 생태계의 가능성도 열었다.


‘창작인가 모방인가’…AI 음악의 3대 딜레마
AI 작곡이 열어젖힌 장밋빛 미래 뒤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안 교수는 기술 발전을 무조건 낙관하기보다 주요 쟁점을 분석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인 질문은 AI의 결과물을 과연 ‘창작’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낼 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인간의 창의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AI 음악은 처음엔 신선하지만, 반복적으로 들으면 패턴이 드러나 식상해진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AI와 인간의 창의성은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간은 단순한 멜로디로도 감동을 만들어내지만, 이는 기술적 완벽함과는 다른 차원”이라며 “반면 AI는 복잡하고 화려한 음표를 사용해 풍성함을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안 교수는 “AI 음악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비하는 ‘인스턴트 음악’이라는 새 장르로 봐야 한다”며 “학습된 틀을 벗어나는 순간 AI는 길을 잃기 때문에, 기존의 틀 안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AI의 창의성은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된 재조합’에 가깝다. 이를 인간의 직관과 경험, 감정이 녹아든 창작물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 다른 결의 창의성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AI가 상업적으로 활용되면서 저작권 문제는 가장 첨예한 갈등 지점으로 떠올랐다. AI가 독립적으로 곡을 만들었다면 그 저작권은 AI 개발자에게 있는가, AI를 구동시킨 사용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AI 자체를 법인격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안 교수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과거 가수 홍진영과 협업해 이봄이 작곡한 ‘사람은 24시간’을 발표하려 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AI 음악을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여러 이슈로 무산됐고, 설령 발표됐더라도 현행법상 저작권 등록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AI 생성물은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AI의 기여도를 단계별로 나눠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많은 창작자들이 AI를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인식한다. 작곡 과정이 자동화되면, 인간 작곡가는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안 교수는 “AI는 작곡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극대화하는 도구”라고 역설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면 작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AI가 수백 개의 멜로디 시안을 제시하면, 그중 작곡가는 좋은 것을 선택해 편곡하는 큐레이터·프로듀서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AI라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와 공존하려면?…“소금처럼 써라”
안 교수는 “AI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부할 수 없다면, 주도적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소금’에 비유했다. 소금이 음식에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해롭듯, AI도 적절히 쓰면 유익하지만 과도하면 사고력을 약화시킨다는 의미다. 안 교수는 “자신의 능력에 맞춰 AI와의 ‘협업 레벨’을 스스로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AI 창작물에 대한 새로운 법적 프레임워크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AI 기여도와 인간 개입 정도에 따라 저작권을 차등 인정하는 다층적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창작자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고 기술 투자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AI의 협업을 지원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도 시급한 과제다. 작곡가들이 쉽게 AI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플랫폼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AI 기술이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온 만큼, 안 교수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AI와의 공존을 위한 논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 전문가 공통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