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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컸던 회담
한국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 선언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31일 합의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양측의 해석 차가 분명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네 가지 목표, 즉 시장개방, 대미투자, 미국산 물품구매, 그리고 안보이해의 공유를 지향한다.
그러나 지난번 합의에서 시장개방 문제를 두고 한국과 미국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협상 타결 당일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 sk 통신비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트럭·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쌀·소고기 등은 추가 개방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대미투자 역시 논란이 됐다. 한국이 반도체·원전·2차전지·바이오 등 분야에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한다고 수시상환 발표했지만, 운용 방식과 실질적 효과를 둘러싸고 견해차가 노출됐다. 한국은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 형식이라고 설명했으나, 미국은 이를 직접투자로 간주한다. 트럼프는 한국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펀드 사용의 최종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으며, 이익의 90%는 미국에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과 유럽은 대규모 미국산 물품 구매를 약속했지만, 한 전세담보대출상품 국은 7월 합의에서 제외됐다. 더 중요한 쟁점은 안보 문제였다. 일본은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동성명에 담으며 안보이해를 공유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역시 트럼프가 1기부터 요구해온 국방비 증액을 수용해,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의 5%를 국방비로 할당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의 성업공사 새로운 정부와는 안보이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해석의 차이가 있는 관세 합의만 했다.
◇MAGA 영향력 재확인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회담은 본질적으로 쉽지 않았다. 회담은 양국의 우호를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경제와 안보라는 가장 민감한 의제를 놓고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성격 직장인 학자금대출 을 띠었다. 특히 회담 성사 불과 3시간 전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 혹은 혁명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한국)에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올려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회담은 외교적 파국을 피하면서 첫 단추는 잘 끼웠으나, 실질적 합의는 거의 없는 오리무중으로 끝났다. 굳이 학점을 매긴다면 특정 등급이 아닌 ‘미완료(Incomplete)’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유용한 교훈이 도출됐다.
우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중심으로 한 마가(MAGA) 세력의 영향력이 재차 확인됐다. 폭스뉴스 외교안보 패널인 고든 창 변호사는 의회 전문지 ‘더힐’에 이 대통령을 ‘반미 성향’으로 규정하는 글을 실었다. 또 트럼프의 측근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한국의 6·3대선을 ‘공산주의자의 승리’라 주장했다. 백악관은 대선 직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중국의 개입 가능성은 우려된다”는 다소 모순된 논평을 내기도 했다. 트럼프의 전 측근 스티븐 배넌 역시 이재명 정부를 친중 정권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모스 탄 전 국무부 대사, 프레드 플레이츠 전 NSC 부보좌관 등과 함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한국의 ‘부정선거’ 이슈를 제기하기도 했다. CPAC은 미국 보수 진영의 핵심 정치 플랫폼으로, 트럼프 지지 기반과 직결된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미·친중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친중 이미지 불식
이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의 실체가 일부 드러나면서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게 됐다. 당 대표 및 대선 후보 시절에 보여주었던 세계관을 더는 노출하지 않았다. ‘반미면 어때’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호가 담론화된 한국 민주당의 닫힌 민족주의적 성향을 이 대통령은 애써 외면했다. 방미 직전엔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에도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합의를 뒤집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과거와 현재보다 미래를 향한다는 결단을 내비쳤다.
더 놀라운 발언은 25일 이 대통령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기조연설에서 나왔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데올로기나 도그마에 갇히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며 유연한 선택을 하겠다는 것으로, 모호했던 실용외교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마가 진영이 주장해온 ‘친중’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정상회담에서 표출된 트럼프의 인식과 발언에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트럼프의 ‘개인화된 국제주의’ ‘대통령 중심외교’가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 장관들이 중국을 최대 근거위협(pacing threat)으로 규정한 반면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과 기자회견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중국에 같이 가는 것이 어떠냐”고까지 물었다.
트럼프의 강대국 중심주의, 비용편익적 세계관은 대립 구도에 절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어서 미국의 이해에 맞는다면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더불어 미국의 패권만 인정한다면 19세기 유럽의 공조체제와 유사한 강대국 담합도 일부 허용할 수 있음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한국이 사활을 다해 준비해온 관세와 안보 의제는 결국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실용외교의 지속가능성
경제와 안보를 연계해 동맹과 우방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는 남은 임기 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중 강경 기조가 지배하는 워싱턴과 경제적 실리를 우선하는 트럼프의 때로 상충하는 이해를 한국이 실용적 유연성으로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가 높은 지지율에 기댄 단기적 여유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책 기조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불가피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역풍과 부정적 파장은 한국 외교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용어 설명
‘근거위협’이란 미국이 가장 중요한 장기적 경쟁자로 여기는 상대국이자 경제적·기술적·군사적·정치적으로 미국에 도전하는 국가. 미 국방전략서(NDS)에는 일관되게 중국으로 명시됨.
‘CSIS’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외교·안보 싱크탱크. 중립적이고 초당파적인 연구기관으로 진보 브루킹스연구소, 보수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로 인정받음.
■ 세줄 요약
우려가 컸던 회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었음.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로 한 시장개방, 대미투자, 미국산 물품구매, 안보이해와 관련해 서로 해석이 달랐고 견해차가 컸음.
MAGA 영향력 재확인: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즉 마가 세력의 영향력이 재차 확인됨. 본회담은 외교적 파국은 피하면서 첫 단추는 잘 끼웠지만, 실질적 합의는 거의 없는 오리무중 상태로 끝남.
친중 이미지 불식: 이 대통령은 친중 이미지를 불식시켰고, 이런 실용외교와 트럼프의 비용편익 세계관이 만나 파국을 면함. 이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지속가능한 정책 기조가 되지 않으면 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