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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선예림
- 25-08-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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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흑백사진에 오래 눈길이 머문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국민교육헌장’ 비석 앞에서 우리 친한 졸업 동기생 여섯은 포즈를 취했다. 하나같이 자연스러운 동작이 아니고 차려 자세로 선 모습이 퍽 어색해 보인다. 당시만 해도 카메라가 귀한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사진이라는 걸 찍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탓이리라. 어찌 살피면, 그런 모습에서 오히려 시골 아이들의 순박함이 묻어나는 듯도 싶다. 여섯 중 셋은 교복 차림이지만 나머지 셋은 평상복 차림이다.
그때는 중 신차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리 교복을 맞춰 입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다. 5·16 군사정변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에 내남없이 사는 형편들이 힘에 겨웠다. 자연 교복값 마련하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평상복 차림의 벗들은 교복을 입은 우리보다 집안 사정이 더욱 어려웠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중 한 아이는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위드캐피탈졸업을 하고서 어언간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러갔지만, 그 후로 이제껏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벗들도 셋이나 된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갈까. 다들 장가들고 자식 낳아 한 가정의 가장으로 부지런히 가족을 건사하고 있으리라.
앞줄 가운데 선 벗의 표정을 길게 응시한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마흔 해 가까이 전 법인회생제도 , 서른셋 꽃다운 나이에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곳으로 훌쩍 날아가 버렸다. 입에 풀칠도 하기 겨운 지독한 가난이 그의 어린 시절을 완전히 옭아매었다. 주위 친지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중학만 마친 뒤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후로 그때까지 소식이 끊겼었다.
그리고 강산이 두 번째 바뀐 세월이 훌홀히 흘러간 어느 봄날,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는 소식이 거짓말처럼 날아들었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이를 악물었을까. 그 야무졌을 꿈도 헛되이, 먼 타관 객지에서 한 줌의 재로 우리 곁에 돌아왔었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서른 해도 훌쩍 지난 그때의 시간이 안타깝게 망막에 맺혀 온다.
어린 날 그처럼 모진 고생을 하고서 자랐으면 대학졸업생대출 늦복이라도 원 없이 타고날 것이지…. 미리 점지된 운명이었던가. 정녕 그랬다면 운명치고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부터 짱구는 머리가 좋다는 말이 전해 온다. 그 말처럼, 짱구였던 그는 초등학생 때 뛰어나게 공부를 잘해 수재 소리를 들었었다. 볼록 튀어나온 앞이마가 그의 타고난 머리를 이야기해 주는 듯하다. 그런 아이가 그처럼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으니, 보내는 벗들의 애달픈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이제 이승에서의 고통과 슬픔일랑은 훌훌 벗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라도 부디 행복하고 사랑받으며 살려무나.
그때 어린 마음에도 사무치도록 교복이 입고 싶었으리라. 그 아픔을 어루만지며, 늦게나마 내 마음의 교복을 벗어 그에게 입혀 준다.
곽흥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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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국민교육헌장’ 비석 앞에서 우리 친한 졸업 동기생 여섯은 포즈를 취했다. 하나같이 자연스러운 동작이 아니고 차려 자세로 선 모습이 퍽 어색해 보인다. 당시만 해도 카메라가 귀한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사진이라는 걸 찍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탓이리라. 어찌 살피면, 그런 모습에서 오히려 시골 아이들의 순박함이 묻어나는 듯도 싶다. 여섯 중 셋은 교복 차림이지만 나머지 셋은 평상복 차림이다.
그때는 중 신차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리 교복을 맞춰 입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다. 5·16 군사정변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에 내남없이 사는 형편들이 힘에 겨웠다. 자연 교복값 마련하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평상복 차림의 벗들은 교복을 입은 우리보다 집안 사정이 더욱 어려웠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중 한 아이는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위드캐피탈졸업을 하고서 어언간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러갔지만, 그 후로 이제껏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벗들도 셋이나 된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갈까. 다들 장가들고 자식 낳아 한 가정의 가장으로 부지런히 가족을 건사하고 있으리라.
앞줄 가운데 선 벗의 표정을 길게 응시한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마흔 해 가까이 전 법인회생제도 , 서른셋 꽃다운 나이에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곳으로 훌쩍 날아가 버렸다. 입에 풀칠도 하기 겨운 지독한 가난이 그의 어린 시절을 완전히 옭아매었다. 주위 친지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중학만 마친 뒤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후로 그때까지 소식이 끊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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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린 마음에도 사무치도록 교복이 입고 싶었으리라. 그 아픔을 어루만지며, 늦게나마 내 마음의 교복을 벗어 그에게 입혀 준다.
곽흥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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