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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8-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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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열성팬을 자처하는 김모(30)씨는 최근 매달 2만2000원을 내는 애플티비 MLS(미 프로축구) 시즌 패스 구독을 시작했다. 이달 초 미국 LA FC로 이적한 손흥민(33)의 경기 중계를 보기 위해서다. 케이블TV 스포츠 채널에서 간헐적으로 중계하긴 하지만, MLS 전 경기를 온라인으로 편하게 시청하겠다며 추가 지출을 결심했다. 그는 이미 다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가입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와 국내 프로야구 등을 보고 있다. 그가 스포츠 중계 시청을 위해 현대저축은행햇살론 OTT에 쓰는 돈만 매달 5만8000원에 달한다.
◇국내외 야구·축구 다 보려면 약 6만원
집에서 다양한 스포츠 중계를 즐기기 위해 OTT에 추가 지출을 하는 것이 ‘뉴 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과거엔 적게는 1만원 미만의 케이블TV만 가입해도 박찬호·추신수가 출전한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시청하고 보험사 , 박지성의 EPL 전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스포츠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OTT 업체들이 신규 구독자 확보를 위해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 투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EPL이나 NBA(미 프로농구) 같은 종목은 OTT 가입 없이는 국내에서 시청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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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지난 2022년 당시 EPL 국내 중계권을 가진 스포티비가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 경기를 월 1만원가량 돈을 내야 하는 ‘스포티비 나우·프라임’에서만 중계하면서 국내에 본격적인 스포츠 OTT 구독 시대가 열렸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나 NBA 등의 9월 자동차 할인 중계권도 케이블TV에서 OTT로 넘어갔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무료로 볼 수 있던 국내 프로야구도 작년부터 국내 OTT 티빙이 중계권을 따갔다. 기본 요금(9500원)보다 저렴한 가격제(5500원)가 있지만, 중간에 강제로 광고를 봐야 한다.
스포츠 유료 중계가 보편적인 미국에선 스포츠 팬들의 부담이 국내보다 더 크다. 4대 프로 스 새마을금고 비과세 포츠(미식축구·야구·농구·아이스하키)에 MLS나 유럽 축구까지 챙겨 보려면 한 달에 13만원 정도를 써야 한다. ESPN 플러스(월 11.99달러), 애플티비(월 14.99달러), 패러마운트 플러스(월 7.99달러), MLB TV(월 29.99달러) 등을 모두 구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포츠 경기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선 최근 스포츠 중계 ‘블랙아웃(Black out)’ 금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블랙아웃이란 OTT를 구독해도 지역 방송국을 위해 지역 프로 팀 경기는 송출하지 않는 제도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 LA에 사는 오타니 쇼헤이의 팬은 ESPN 플러스나 MLB TV를 구독하더라도 LA 다저스 경기는 OTT로 보지 못하고 케이블TV로만 봐야 하는 것이다. 월 70달러(약 9만7000원) 정도인 케이블TV 요금까지 내면 가정에서 스포츠 중계에 지출하는 금액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OTT, 중계권 확보 위한 ‘머니 게임’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국민 한 명당 평균 OTT 구독 개수는 2.2개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포츠 팬들은 프로야구와 해외 축구를 모두 즐기는 경우가 많아, 평균 3~4개의 OTT를 구독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OTT 업체들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은 치열한 ‘머니 게임’이 되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 스포츠 콘텐츠는 소비자 충성도가 높고, 장시간 채널에 묶어둘 수 있어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쿠팡플레이는 올해부터 6년간 총 4200억원가량을 내고 EPL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며 유럽 4대 축구 리그 중계권을 모두 가져갔다.
해외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는 7년간 총 77억달러(약 10조7284억원)를 들여 UFC(미 종합격투기) 중계권을 따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넷플릭스가 지난해부터 3년간 NFL(미 프로 풋볼)의 성탄절 경기만 중계하는 데 쓰는 금액은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에 달한다. 미 최대 스포츠 리그인 NFL의 본중계권료는 지난 2023년 지상파 4사 CBS, FOX, NBC, ABC(ESPN과 제휴) 등과 계약한 11년 총액 1100억달러(약 153조원)다. 가장 인기 있는 축구 리그 EPL은 스카이스포츠, TNT스포츠와 4년간 67억파운드(약 12조540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