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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학금을 만든 이는 익산화물터미널 권준하 대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그가 후배들을 위해 수십억 원 상당의 펀드를 기부하면서 이를 등산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 어릴 때부터 늘 공부만 했을 학생들이 자연에서 건강과 추억을 챙겼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원래는 일반 장학금 형태로 기부를 했었어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한테 주는 거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학생들이 사회에 나갈 때 똑똑한 머리만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죠. 그래서 만든 것이 등산 장학 한국장학재단 행복기금 금입니다."
지난 1학기에 처음으로 시작된 등산 장학금은 즉각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30명만 지원하려고 했는데 79명이나 신청을 했다. 그래서 대상자를 50명으로 늘렸다. 장학생으로 선정되면 2월부터 7월까지 7번 이상 등산을 인증하면 100만 원을 준다. 3번 이상, 6회 이하는 30만 원이다.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 앱에 창원 아파트 전세 올리면 된다. 또 같은 산을 중복으로 올라도 안 된다. 다양한 자연을 만나보라는 의미다. 해발고도 500m 미만의 산은 1번까지만 인정한다. 너무 낮은 산만 골라 가지 말라는 것. 하지만 산행거리 제한을 두진 않았다. 낮은 산부터 차근차근 오르란 뜻이다. 너무 힘들게 시작하면 다시 산에 갈 맘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학생 적금 연이율 들이 조금이라도 건강해졌으면 하는 한 가지 바람만 있었는데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등산을 혼자 안 가고 같이 가더라고요. 평소 소원했던 부모님과 같이 산을 오르면서 대화를 나눈 이도 있었고, 친구와 우정을 돈독하게 쌓았다는 학생도 있었어요. 그걸 보니 무척 마음이 뿌듯하더라고요."
다가오는 2학기에는 장학금 규모를 더 늘린다 주택담보대출 기간 . 원래는 상경계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었는데 학교 전체로 확대하고, 인원도 70명으로 늘린다. 또 아내의 모교인 숙명여대에도 등산 장학금을 신설했다. 숙명여대에선 150명을 지원하려고 했는데 무려 338명이 신청했다.
"인생 살며 잘한 것 3가지…등산, 기부, 펀드"
그런데 하필이면 왜 등산일까? 권 대표는 "모든 운동 햇살론 새희망홀씨 중에 등산이 최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도 소싯적에는 테니스와 골프를 즐겼다. 그런데 문제는 승부욕이다. 상대를 이기려고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운동하러 나왔는데 역으로 더 스트레스를 받다니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등산은 그런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골프처럼 예약을 하거나, 인원수를 맞출 필요도 없다. 또 말기 암 환자가 산에 들어가서 살며 산길을 걷다가 좋아지는 사례도 제법 있다. 그런 기적이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등산을 권하게 됐다.
"저도 익산에 살 때 한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등산을 시작했었어요. 처음 간 산은 내변산이었죠. 처음 산행이라 몸은 좀 힘들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그 뒤로 일주일에 한 번은 매번 산을 갔죠. 밥맛도 좋아지고 혈색도 밝아졌고 활기가 몸에 잔뜩 돌았죠. 덕유산 설경부터 지리산 운해까지 여러 장관을 보며 몸 안에 희열이 솟구치는 경험을 숱하게 했습니다. 지금은 등산을 못 하지만 매일 공원에 가서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은 꼬박 걷고요. 이게 제 건강의 원동력이죠."
권 대표는 "이번 기부가 가장 보람차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했다. 사랑의 열매에 46억 원, 숙명여대에 20억 원, 서울대 10억 원, 사랑의 달팽이 5억 원, 남성고 10억 원 등이다. 기부한 이유가 독특하다. 그는 "나를 위해서 기부한다"고 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제 매형입니다. 그분은 거의 전 재산을 기부하셨거든요. 제가 '왜 기부하냐'고 물으니 '자기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한다'고 했죠.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직접 기부하니 그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어차피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할 돈, 남을 위해 기부하니 긍지와 자부심, 기쁨이 마음속에 넘칩니다."
한편 권 대표의 기부는 좀 남다르다. 돈이 아니라 펀드를 기부한다. 이 펀드에서 나오는 이윤으로 장학금을 주는 것. 그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원금은 남아 있길 원한다"며 "펀드로 기부하니 원금이 남아 있어 인간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기부를 망설이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펀드를 기부하자'는 아이디어는 펀드에 투자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권 대표는 대학 졸업 직후 삼성에 잠깐 다니다가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부친의 양조장을 물려받아 운영했다. 이후 여러 사업체를 경영하다가 1998년부터는 익산화물터미널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사업으로 얻은 수익보다는 가진 재산을 토대로 재테크를 했는데 이것이 우연찮게 수익률이 잘 나와서 재산을 많이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어도 30년 가까이 직접 펀드투자를 해본 바 안정적이고 수익률도 좋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등산, 펀드투자, 기부를 인생에서 잘한 것 3가지로 꼽는다.
"등산은 만병통치약입니다.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사람을 튼튼하게 만들어줘요. 호연지기도 기를 수 있고요. 그래서 등산을 거의 접해 볼 일 없는 학생들에게 등산 장학금을 만든 것처럼, 일반 국민들도 등산을 아직 안 한 사람이 있다면 이러한 세계가 있다는 걸 꼭 알려 주고 싶어요. 전 국민을 등산 장학생으로 선정할 방법이 없을까요?"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