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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일 양국의 미래를 논의했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일본 농림수산상이 나흘 뒤인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습니다. 차기 일본 총리로 거론되는 정치인이 한국의 광복 80주년이자 일본의 패전 80주년 되는 날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을 제사지내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겁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 카드연체기록 면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 이후 현직 대신(장관)이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중 양국에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일본 내에서도 첨예한 논쟁 대상입니다. 일본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 주필은 “역사도 철학도 모른다”며 야스쿠니를 참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고이즈미 신지로의 아버지) 우리은행변동금리 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조현 외교 장관, 이례적으로 청사에서 면담
조현 외교부 장관이 11일 집무실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면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외교부는 이 면담을 사전에 적극 홍보했습니다. 한일 우호관계와 고이즈미의 차기 총리 부상 가능성을 고려한 외교적 포석이었습니다.

여포

조현 외교부 장관이 11일 외교부 접견실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과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일본 중앙 일간지의 베테랑 기자 Z씨로부터 일본 측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Z씨는 “고이즈미 신지로는 공무원 신용대출 한국에서 APEC 농수산 장관 회의가 있어서 참석했지만, 일본 뉴스에서도 다뤄져 ‘포스트 이시바’의 유력 후보로서는 좋은 홍보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조 장관이 고이즈미를 만난 것은 바로 포스트 이시바의 유력 후보에 대한 한국 측의 판단이 아니냐”며 “그를 후대한 것은 ‘고이즈미 정권’을 겨냥해 상당히 능숙한 전술”이라고도 했습니다.
신한은행 엘리트론 하지만, 고이즈미는 귀국 후 곧장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함으로써 조 장관을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이즈미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그를 배려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습니다. 외교부는 15일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고이즈미에 대한 실망감이 커 보입니다.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며, 이는 양국 간국간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고이즈미는 중의원 초선이던 2013년 첫 참배 이후 매년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해왔기에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종전 80주년’의 행보는 ‘포스트 이시바’ 구도에서 자민당 내 우익 지지를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큰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자민당 내 우파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일 관계 개선 흐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이즈미는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식견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야스쿠니 참배가 주변국에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베 총리에게 보고 후 관저에서 결혼 발표
고이즈미는 올해 44세인데, 30대 후반부터 총리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2018~2021년 도쿄 특파원 시절, 그가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후계자로 꼽혔기에 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유명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그의 결혼 발표입니다. 2019년 8월 7일이었습니다. 당시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이 반도체 부품 등의 수출 규제로 보복, 양국 간 갈등이 일본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일본에서 다른 뉴스들을 제치고 관심을 모은 것은 고이즈미였습니다.



2019년 8월 7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결혼 발표를 하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당시 직책). 그의 신부인 다카기와 크리스텔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도쿄 올림픽 유치 활동을 하면서 유명해졌다./연합뉴스


7일 오후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의 총리 관저(官邸·집무 공간)에 고이즈미 의원이 방문했습니다. 그의 바로 옆에는 도쿄 올림픽 유치 활동으로 유명해진 프리랜서 아나운서 다키가와 크리스텔(滝川クリステル)이 있었습니다.
다키가와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국적인 미모로 후지TV에서 아나운서로 근무할 때부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2013년 도쿄 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을 의미하는 일본어)’를 언급하며 취한 독특한 제스처는 한동안 일본에서 유행했습니다.
관저 현관을 지키던 일본 기자들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지?”라고 의아해했습니다. 얼마 후, 아베 총리를 만나고 나온 고이즈미 의원이 다키가와와 함께 기자들 앞에 서서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개인 일로 무척 송구스럽지만, 저도 이제야 결혼하게 됐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차기 총리 후보군에 속한 정치가와 유명 아나운서의 ‘관저 결혼 발표’는 이날 긴급 속보로 일본 열도에 퍼졌습니다. 이후 모든 일본 TV의 ‘와이드 쇼’에서 이를 앞다퉈서 다뤘습니다.
일본 정계엔 결혼 사실을 발표하기 전에 자신이 모시는 상사(上司)에게 미리 보고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고이즈미는 이에 따라 자민당 총재인 아베 총리에게 먼저 보고한 겁니다. 아베는 “39년 전 내가 결혼할 때 고이즈미 선생에게 보고드린 바 있다”며 축하했습니다. “결혼은 큰일이야”라고도 했습니다. 이혼남인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결혼에 대해 상대가 누군지 물어보지 않은 채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한번은 결혼을 하는 것이 좋아.”한국 청와대와 같은 관저에서의 결혼 발표는 차기 총리 후보로 주목받는 고이즈미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고이즈미는 당시 4선(選)으로 자민당 후생노동부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38세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총리 후보로 거론되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2019년 5월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인물’에 아베 총리와 똑같은 23%로 공동 1위를 기록했습니다. 4월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선 아베 총리 후임을 묻는 질문에 25.9%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자민당 관계자는 “각종 집회와 모임에 고이즈미 의원이 참석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참석자 수에 큰 차이가 난다”며 “특히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민당 일각에서는 ‘오지상(아저씨)’ 분위기의 당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고이즈미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고조부 부터 정치 4대 세습...형은 유명 연예
고이즈미가 30대부터 총리 후보로 거론되며 인기를 누린 배경을 제대로 알려면, 4대째 정치를 하는 그의 집안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쿄에 인접한 가나가와현 요코스카를 기반으로 한 고이즈미 가문은 일본 정치사에서 손꼽히는 세습 정치 명문가입니다. 고조부부터 손자 세대까지 4대에 걸쳐 국회의원, 대신(장관), 총리를 배출했는데, 세습 정치가 일본 보수 정치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2002년 9월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양 선언'을 채택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그의 차남이다./연합뉴스


1대 고이즈미 마타지로(小泉又次郎)는 원래 건설업에서 출발해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야쿠자와 연관이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중의원 12선을 기록했고, 우정성 장관과 요코스카 시장을 지냈습니다. 온몸에 용 문신을 새긴 독특한 외모 때문에 ‘문신 대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2대 고이즈미 준야(小泉純也)는 ‘사메지마’ 성을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마타지로의 외동딸과 결혼해 가문의 데릴사위로 들어와 이후 ‘고이즈미’로 성을 바꿨습니다. 일본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입니다. 그는 중의원 의원과 방위청 장관을 지냈으며, 자민당 창당과 발전 과정에서 역할을 했습니다.
3대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부친 준야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27세에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가나가와 지역구를 물려받아 출마, 낙선 경험을 한 후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2001~2006년 총리로 장기 집권하며 우정(郵政) 민영화 등 기존 체제를 바꾸기 위해 좌충우돌, ‘헨진(變人)’ 총리로 불렸습니다. 일본어로 헨진은 괴짜, 혹은 이상한 사람을 뜻합니다. 그는 특히 2002년 9월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북 정상회담을 통해 핵·미사일 문제 논의, 국교 정상화 협상 재개 등에 합의했습니다. 김정일로부터 일본인 13명 납치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고, 이 중 5명의 귀환을 성사시켰습니다.
4대 고이즈미 신지로는 2009년 아버지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중의원에 당선됐습니다. 고이즈미 가문의 유명세는 연예계로도 뻗어 있습니다. 신지로의 형 고이즈미 고타로는 일본에서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며 대중적 화제를 모아왔습니다.
‘쌀 파동’에서 선방한 고이즈미
신지로는 이 같은 탄탄한 배경을 바탕으로 초선 시절부터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자민당 내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불려왔습니다. 정치 뉴스뿐 아니라 연예·문화면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며,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를 강화해 왔습니다. 이시바 현 총리는 언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지지율을 보여서 올해 중에도 교체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최근 쌀 공급 부족 사태에서 나름 선방한 고이즈미가 자민당의 얼굴이 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고이즈미는 총리가 될 경우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상황을 보고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일본 정치 문법상 참배를 미루거나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표현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고 귀국하자마자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안타까운데, 그가 만약 총리가 된다면 현명한 판단으로 한국인들을 다시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