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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를 놓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감축이나 국방비 증액에 대한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 반면 북한이 내심 원하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나 9·19 군사합의 복원이 현실화하면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한·일 및 한·미 정상회담에 중국 특사단 파견 등 ‘4강 외교’를 본격화하는 이 대통령이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 국익을 지키는 묘수를 짜낼지 주목된다.
19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핵무장을 바라보는 한국 정부와 주변 4강의 시선은 확연한 온도 차가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 우리은행 공인인증센터 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고 강조한 데 이어 전날(18일) 국무회의에선 “기존 남북 합의 중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인 이행을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오는 25일(현지시간)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수차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 우리은행 수수료 면제 한 발언을 해 파장을 낳았다.
미 행정부는 ‘비핵화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는 기조를 재확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의 ‘스몰 딜’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성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자칫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핵심 당사자인 한국이 소외된 채 제2금융권은행 미·북 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 보유국’ 발언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한 2018년 ‘미·북 싱가포르 합의’를 명시하는 방안 연봉 식대 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정치 역학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고착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관련해 “북한이 제공한 지원과 북한군이 보여준 용기, 영웅심에 감사한 본인명의 휴대폰 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에 놓인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장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동맹의 현대화’ 요구와 관련해 한미 동맹을 굳건히 다지면서도 대중(對中)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줄타기가 필요하다.
아울러 북한의 호응이 없는 섣부른 9·19 군사합의 복원은 자칫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계부처 장관들이 각자 의견을 던지기보다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을 물밑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안보 청구서’에 대한 맞불 카드로 전술핵 재배치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윤석·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