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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선예림
- 25-08-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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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씨 아버지는 사할린 화태로 끌려가 생을 이어갔고, 귀국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후루쇼프와 적십자에 편지를 보내며 귀국 운동을 주도했지만,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 거리에서 거름을 치우며 생계를 이어가다 쓸쓸히 눈을 감았다.
이들은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역사적 증언 기록이 왜 요구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잃어버린 시간'을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계산 되돌리기 위한 외침이다.
▲ 아버지의 강제동원 피해를 전하며 감정에 북받쳐 잠시 말을 멈춘 김용규(75)씨. 숨 막히는 갱도와 매질, 굶주림 속에서 청춘을 보낸 부친의 이야기를 귀환 후 들은 대로 소상히 증언했다. /사진제공=경기도
차량담보대출조건
김용규(75)씨 아버지(김재권)는 일본에 끌려가 큰 병을 안고 돌아오셨다. 늘 숨이 가쁘고 기침을 달고 살았다. 해소라고 했다. 허벅지 속엔 고름이 잡혀 내가 손으로 짜내야 했고, 등에선 회초리와 몽둥이 자국이, 발끝엔 워커에 짓이겨 살이 썩어 들어간 상처가 평생 지워지지 않았다.
밤이면 술을 들이켜고 기미가요를 열 번 땡큐론 무직자 도 넘게 부르는 아버지였다. 당시 나는 그 노래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아버지의 한이자, 지워지지 않는 상처였음을 훗날 알았다.
#1. "탄광도, 방직공장도…모두 지옥"
해방 전까지 우리 집은 부족함이 없었다. 40마지기 논과 밭, 머슴 다섯 명. 일제의 공출이 모든 걸 빼앗았다. 쌀 50석을 내도 더 내라 했고, 소 신한은행 직장인신용대출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끌고 갔다. 그때부터 집안이 기울었고, 아버지는 결국 징용 영장을 받았다.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대마도로, 다시 훗카이도의 탄광과 방직공장으로. 지하 100미터의 땅속, 빛 한 줄기 없는 갱도에서 내내 일했다. 기계를 다루고, 지게를 메고, 군복을 짰다. 숨이 턱 막히는 공기 속에서 매질과 굶주림이 이어졌다. 주변 TS삼성저축은행 사람들의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일본인 감독은 '죽지 않을 만큼만' 밥을 줬다. 죽을 권리조차 빼앗겼다. 잠시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김상! 김상!" 하고 불러내, 농땡이 핀다며 마구 때렸다.
아버지는 늘 나에게 말했다. "우린 그냥 노예였어. 사람 취급을 안 해."
일본인들이 "조센징 빠가야로"라 퍼붓던 욕설. 함께 날아온 주먹과 발길질을,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했다.
▲ 김재권씨의 아들 김용규(75)씨가 경기도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에서 아버지의 생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는 병만 안고 돌아온 아버지의 고통과 한을 증언했다. 평생 품삯조차 받지 못했던 현실을 알리는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2. 해방 이후, 고통과 트라우마
아버지가 들고 온 건 낡은 가방 하나, 군복 한 벌, 일본말 몇 마디, 그리고 평생의 고통뿐이었다. 가방 속 군복은 깨끗했다. 아버지가 방직공장에서 직접 만든 것이었기에, 유일하게 애착을 가졌던 물건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약값을 마련하려고 논밭을 모두 팔았다. 평소엔 참고 사셨지만, 훗날 동네 모임에서 술 한 잔 드실 때면 꼭 말했다.
"우린 괜히 (일본군) 저놈들 때문에 다 망했어." 그 한마디가 우리 집안의 역사를 전부 설명하고 있었다.
▲ 김용규(75)씨가 아버지 김재권씨가 겪은 강제동원 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숨 막히는 지하 100m 탄광과 방직공장에서의 노역, 매질과 굶주림, 그리고 병든 몸만 남은 귀향까지. 그는 "기록과 증언이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경기도
아버지는 결국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겨우 열한 살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의 일본 출근표 뭉치를 봤다. '출근 도장'이 빼곡했다. 품삯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3. 재조사, '지푸라기'라도 잡게 해달라
과거 정부 차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조사 당시, '인우보증(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특정 사실에 대해 증명)'을 하지 못했다. 국가기록원에 알아보니 아버지는 강제동원과 관련해 300만원을 받았었다. 일본 기업 공탁금인지, 우리나라 위로금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피해자라는 명확한 증거다. 정부 재조사를 통해 공식적인 피해자 판정을 꼭 받고 싶다. 그래서 경기도의 구술채록을 통해 증언할 수 있음에 황홀하다. 우리 같은 유족은 아무것도 잡을 끈이 없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기분이다. 나는 국가가 아버지의 명예를 다시 찾아주길 염원한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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