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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깨가기후위기 속 농민은 괴롭습니다. 느닷없는 냉해, 더해도 덜해도 안 되는 햇볕과 물, 때로는 병충해까지 작물을 괴롭힙니다. 농민은 하늘을 이고 땅을 딛고 삽니다. 아버지 정부환(58) 씨와 아들 정병제(28) 씨는 3대째 하늘을 바라보고 땅을 지키면서 삽니다. 부자는 산청군 단성면에서 배 농사와 화훼 농사를 짓습니다. 지난달 16~20일 산청 지역 누적 강수량은 793.5㎜를 기록했습니다. 하늘이 쏟아지고 땅이 엎어지는 재해가 부자를 덮쳤습니다.




산청군의 한 논밭이 지난달 말에 내린 집중호우로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산청군은 한 달 가까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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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은 온통 갈빛이었다. 흙탕물이 들어찬 자리는 이전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물에 잠긴 나무는 머리만 내놓고 있다. 도로를 따라 바람에 맞아 허리가 휜 나무가 늘어섰고, 도로 위에는 꺾인 가지가 어지럽게 널렸다.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도로까지 닿았다.
7월 16~18일 경남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사금융연체전화 . 이틀 동안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7월 18일 오후 산청군 신안면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정부환 씨를 만났다. 정 씨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텔레비전을 응시했다. 전국적으로도 비 피해가 이어졌다.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20년 전인가 산청에서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두 시간씩 온 적이 있어요. 산이 캐피탈대출이자 무너질 것만 같았어요. 이번에 산청에 30~40분 정도 100㎜ 이상 비가 내렸어요. 앞으로 이런 많은 비가 더 자주 내릴 텐데 큰일이죠."

정 씨의 말이 끝나자 바깥에서는 잠시 멈췄던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19일에도 경남에 폭우가 쏟아졌다. 나흘 동안 산청에서만 14명이 죽었다. 4명이 중상을 입고 1명이 제2금융권상가담보대출 실종됐다.




산청에서 배 농사를 짓는 정부환(58) 씨는 전례없던 기후위기가 일상적으로 찾아 온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3일 기준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에 등록된 공공시설 피해 집계 현황을 보 산업은행 예금금리 면 3159건이 피해가 나왔고, 피해액만 6112억 원이었다. 산청군이 2만 8843건에 4752억 원으로 경남에서 가장 큰 피해를 겪었다. 정 씨가 사는 마을은 큰 피해를 비켜갔지만 두려움마저 피할 수는 없었다.
"운이 좋았어요. 이번에 마을이 떠내려갈 뻔했어요. 사람들이 기후재난이라고 말하잖아요. 이미 기후재난은 와버렸어요. 내년에도 이런 피해가 또 있을 수 있죠. 시간당 100㎜라는 극한 호우가 평생 한 번 볼똥말똥했는데 너무 자주 오고 있어요."
◇아버지도 아들도 농부 = 정 씨의 부모님은 합천군 삼가면에서 농사를 지었다. 논 몇 마지기에 나락 농사를 짓고, 집안에 닭 몇 마리를 키웠다. 정 씨는 학교를 다녀와서 농사를 도왔다. 모 뽑으면 들어내서 모판을 가져다주고, 못줄을 잡고, 도리깨질도 했다. 서울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 시절 기억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느새 농사가 업이 됐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후려치고, 이제는 기후위기까지 농민을 괴롭힌다. 정 씨는 땅과 하늘의 변화를 일찍이 알았다. 30년 넘게 배 농사를 지으면서 모를 리가 없었다. 4월 30일이면 피던 배꽃이 지난해 3월 30일에 피었다. 30년 사이 한 달이 앞당겨졌다. 이상기온으로 생육 시기가 달라지고 있었다.




정부환 씨는 유기농법이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김다솜 기자 


아들 정병제 씨도 지난해부터 농사를 시작하면서 3대가 내리 농사를 짓게 됐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산청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는 화훼 농사를 짓는다. 관리하는 일에 크게 품이 들지 않고 화훼 농사를 짓는 이웃에게 일을 배울 수 있었다.
그도 아버지처럼 하늘을 이고 땅을 딛는 농민이 됐다. 아버지는 장마 오는 날이면 잠을 아예 자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비가 그치면 약을 치러 나갔다. 비가 길게 오면 배에 병이 들 수 있기에 노심초사했다. 아들도 기후위기 피해를 모를 리 없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열 피해를 받기도 했어요. 탱자 씨를 밖에다 옮겨 심었는데 비닐에 닿는 줄기 부분이 익어버렸어요. 비가 많이 내린 날에는 하우스 안에 물이 차올라서 급하게 비 맞으면서 고랑을 파내기도 했고요."
◇부자의 미래, 우리의 미래 = 지난달 16~20일 오전 5시까지 산청 지역 누적 강수량은 793.5㎜를 기록했다. 정부환 씨는 열흘 넘게 수해 복구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정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 씨는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장에서 유기농이 저평가 받았다. 배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농가 소득이 떨어지고 형편이 어려워지니 배가 빨리 익도록 호르몬을 투여했다. 그렇게 키운 배는 남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정 씨는 작지만 맛있는 배를 만들고 싶어서 유기농을 선택했다.
시간이 흘러 유기농은 친환경 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누구보다도 기후위기 심각성을 잘 아는 부자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유기농을 지향한다. 유기농에 적용하는 저탄소 농법이 기후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가 될 것으로 믿는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당시 프랑스 농림부 장관은 '4퍼실리미터 운동'을 제안했다. 토양 유기탄소를 연간 0.4% 늘리면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식량 안보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기농법은 토양에 유기탄소를 머금게 한다. 정 씨는 유기농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실제로는 5% 수준이에요. 농산물 95%는 수입하는 거예요. 기후변화는 인간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더 큰 단위에서 움직여야 해요. 내가 전기차를 타고, 유기농업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더 크고 포괄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거예요. 기후변화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변화를 피해갈 사람은 없어요."
/김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