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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름이 꽉 찼네. 이건 약으론 안 된다, 외부 병원을 무조건 가야겠어.” 이 소대에선 누가 아프면 기다릴 필요도 없이, 곧바로 동기에게 ‘의료 자문’을 구하면 된다. 최근 소대에 전입한 병사 중 5명 중 3명이 의대 재학생·졸업생이기 때문이다. A 이병은 “몸이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바로 물어보면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졸업 후 의사 면허를 딴 뒤 군의관으로 복무하려던 계획을 접고 일반 병사로 창업중소기업대출 입대하는 의대생이 늘고 있다. 작년 2월 전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불거진 의정 갈등을 계기로 진로가 불투명해진 의대생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현역병 입대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을 통해 8일 입수한 ‘의대생 현역병 입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65명이던 의대생 현역 입대자 수는 1년 만인 올 근로기준법 월차 해 4월 589명으로 9배 이상 늘었다.



그래픽=김성규


지난 4월 정부의 의대 정원 동결 발표 후 의정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 국면에 접어든 뒤로도 의대생 현역 입대자는 월 400~500명대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신용불량자 현역 병사들의 복무 여건이 과거와 비교해 개선된 데다 군의관보다 복무 기간도 짧기 때문에 의대생 사이에서 현역병 입대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두 달 전 의대를 졸업하고 육군에 입대한 한 이병은 “낙후된 농어촌 지역에서 3년 넘게 기간 일해야 하는 공보의(공중보건의)보다 ‘짧고 굵게’ 근무하는 현역이 낫다고 판단해 육군을 택했다”고 했다. 4금융권 공군에 복무 중인 의대생 출신 최모(25) 일병은 “요즘 군 생활은 스마트폰 사용도 가능해지고 생활관에서도 인접 기수끼리만 생활해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경제적으로도 현역 입대가 공보의나 군의관으로 가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의대생이 많다. 군의관으로 입대하면 육군 현역(18개월)보다 2배 이상 긴 38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하지만 중위 아파트 구입 세금 1호봉 군의관 월급은 210만원 정도다. 올해부터 최대 205만원을 받는 병장과 차이가 없다. 최근 육군을 제대한 의대생 C(27)씨는 “군의관으로 복무했을 때보다 20개월 일찍 제대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이득”이라고 했다.
의대생들 사이에선 공군이 특히 인기라고 한다. 공군 병사 복무 기간은 육군보다 3개월 긴 21개월이다. 그러나 격오지 근무가 거의 없고 규칙적인 휴가가 보장된다. 이 때문에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공군 모병 시험 준비용 ‘스터디 그룹’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주말마다 만나 한국어·한국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지게차운전기능사, 1종 대형 면허를 따는 이도 많다. 공군은 입대 심사를 할 때 고등학교 출결 점수·가산점과 함께 각종 자격·면허증 취득 여부를 합산하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의대생은 “공부에는 이골이 난 만큼 주변 동기들도 조금만 공부하고도 여러 자격증을 한 번에 따더라”고 했다.
현역 입대 의대생들이 느는 만큼 공보의·군의관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공적 의료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보의 수는 1209명으로 10년 전(2379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23년 5월 기준 공보의 배치 대상인 보건소 1217곳 중 27.9%(340곳)가 공보의 배치를 받지 못했다.
국방부도 의대생의 ‘현역 입대 러시’가 지속되면 2029년부터는 군의관 부족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성환 공중보건의사협회장은 “공보의는 농어촌 등 의료 취약 지역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어 역할이 막중하다”며 “공보의 복무 기간을 줄이는 등 ‘당근’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지방 의료 체계 붕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