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다, 후순위 담보대출 현황/그래픽=김지영


#39세 프리랜서 A씨는 몇 달간 임장을 다니던 지역에 원하는 매물이 나와 대출을 받으려 했다. 기존에도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했던 A씨는 최근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자금 운용이 꼬이기 시작했다. A씨는 결국 후순위 담보대출을 알아봤고, 신용점수가 700점임에도 가장 높은 한도를 제공하는 B 캐피탈사에서 연 5.3% 금리로 1억원 이상을 대출받았다.
규제 강화로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후순위 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차주는 기존에 주담대를 받은 상태에서도 조금 더 높은 금리로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 영향으로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대출 실행 9월 금리 액수는 20%가량 줄었다.
12일 대출 중개 핀테크 기업 핀다에 따르면 지난 7~8월 핀다를 통해 실행된 후순위 담보대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 약 2배 증가했다. 평균 대출 금리는 연 7.33%다.
후순위 담보대출은 담보는 잡지만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위험이 있다. 금융사는 해당 리스크 프리미엄을 전세자금대출 신청 반영해 더 높은 금리로 대출해준다. 차주 입장에선 앞서 주담대를 받은 상태에서도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LTV(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선순위 주담대 상품보다 덜 까다롭다.
핀다는 지난달 후순위 담보대출 입점 대상을 2금융권에서 1금융권(케이뱅크)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까지 넓혔다. 입점 상품이 많아 수원솔로몬저축은행 지면서 대출 실행도 많아졌다는 게 핀다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가계부채 규제 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게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도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수요가 후순위 담보대출로 몰린 것이다.
수요는 급증했지만 차주가 받아 간 대출금은 줄었다.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면서 전체적인 대출 실행 액수가 낮아져서다. 1년 콜금리 전엔 핀다를 통해 나간 후순위 담보대출의 평균 약정액은 약 8000만원이었다. 현재는 이보다 20~25% 정도 줄어든 액수가 실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핀다 관계자는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원하는 만큼 주담대 한도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고,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용대출에서) 후순위 담보대출로 갈 모기지론대출 아타기도 한다"며 "6억원 주담대 한도로 1인당 평균 약정액은 줄어드는 추세라 수요는 몰리지만 원하는 만큼 대출은 못 받아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도 추가 한도를 받고자 몰렸다. 핀다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와 프리랜서, 기타소득자의 후순위 담보대출 약정 비중은 지난해 31.5%에서 올해 40.2%로 27.6% 증가했다. 또 3명 중 1명(33.1%)은 신용점수가 800점 이상인 중·고신용자였다. 900점대 이상 고객 비중은 17.9%다. 높은 신용점수를 보유한 차주들도 추가 한도를 후순위 담보대출에서 찾은 것이다.
후순위 담보대출 수요가 늘면서 이를 중개하려는 플랫폼도 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5일부터 비교 서비스에 현대캐피탈 후순위 담보대출을 추가했다. 이달 중으로 다수 저축은행의 상품도 취급할 계획이다. 핀다도 후순위 담보대출 상품을 꾸준히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