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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하면 그 이미지와 어울리는 형용사가 있다. 고즈넉하다, 고풍스럽다, 소박하다, 은은하다, 엄숙하다 등 번잡하고 요란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찰까지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고즈넉하면서 웅장하다. 사찰에 이르기도 전에 이미 수행이 시작되는 공간처럼 잡념이 사라진다. 공주 계룡산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거쳐 갑사로 가는 여정은 이상보 선생의 대표 수필 '갑사로 가는 길'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순천 조계산 송광사로 가는 길엔 곧게 뻗은 나무들이 일정하고 묵직하다. 조계산 깊숙한 품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것 같아 심호흡이 절로 새는 길이다. 금수산 자락 제천 정방사에 오르는 길은 저소득층 지원 인적 뜸한 산길로 사찰의 규모처럼 소박하여 마음을 낮추도록 이끄는 곳이다.










▲  송광사 가는 길. 개인신용회복대출 곧게 뻗은 나무 숲 풍경


ⓒ 오순미




'별 보기' 및 '차박 여행'을 경험하고 싶은 남편 따라 강릉 안반데기로 떠났다가 춘천 건봉령 승호대까지 이동하면서 오봉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 고찰 최상위수학 청평사에 들렀다.

춘천대표 사찰이라는데 여름 더위를 핑계로 생략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무더위에 주차장에서 30분 가까이 걸어야 하는 여정이 부담스러웠지만 그 길이 어떤 형용사로 펼쳐질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달 25일 오후 강릉에서 춘천으로 넘어와 건봉령 승호대로 별 보러 가기 전 시 은행대출금 간적 여유가 충분한 우린 청평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청평사 계곡 입구 짧은 출렁다리를 지나자 당나라 '공주 설화'를 전하는 벽화가 등장했다.
[관련기사 : '별 마니아' 남편이 반한 곳... 잘 있어라, 나 또 온다]
인문 유산, 자연 유산이 풍부한 청평사
당나라 태종의 딸과 은밀한 사랑에 빠진 평민 현재 기준금리 청년은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사형에 처한다. 이후 상사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을 휘감았다. 상사뱀을 떼어내기 위해 유명 사찰을 순례해도 소용없자 태종은 영험하다는 청평사로 딸을 보낸다. 꼼짝 않던 상사뱀은 청평사에서 떨어졌고 태종은 보답으로 삼층석탑(공주탑)을 세웠다는 전설의 벽화다.

더위를 꺾는 울창한 숲 사이로 계곡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물소리 따라 가볍게 오를 때쯤 공주와 상사뱀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계곡 아래 그림처럼 앉았는 게 보인다. 서로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이 사랑의 깊이를 짐작하게 하지만 어쩐지 섬찟한 기분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  계곡 아래 공주 설화의 형상


ⓒ 오순미




공주 설화에 이어 거북이 닮은 바위도 나타난다. 거북바위는 자연 암석으로 예부터 거북이가 물을 바라보면 청평사가 융성할 거란 전설이 있었다. 거북바위가 바라보는 곳에 1973년 소양호가 생기는 우연이 발생(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했다. 전설이 실화가 되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  청평사 오르는 길 자연 암석 거북바위


ⓒ 오순미




공주와 거북바위의 전설을 생각하며 오를쯤 물소리가 달라진다. 오봉산을 흘러온 물줄기가 세차게 떨어지는 구성폭포와 만나기 때문이다.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 주변에 아홉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하여 '구송폭포'라 불리기도 한다.


아찔하진 않아도 거침없이 떨어지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폭포 아래 소(沼)에 괸 초록물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폭포를 두른 수직 절벽은 청렴과 정직의 상징으로 보인다. 그 전경이 소박하면서도 수려하다.










▲  청평사 계곡 구송(구성)폭포


ⓒ 오순미




동서양의 자연관을 대조한 이어령 선생의 수필 '폭포와 분수'에서 폭포가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는 동양의 세계관을 나타낸 것처럼 자연은 공존하는 태도로 다가가야 한다. 그러나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거세지면서 여름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고 있다. 구성폭포의 격렬한 물소리가 자연의 경고처럼 들리는 듯하여 괜스레 움찔한 기분이기도 했다.

햇빛이 들지 않는 울창한 숲과 다양한 볼거리에 빠져 더위가 식어갈 때쯤 고려 광종 24년(973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 청평사에 도달한다. 고려시대 사찰에 설화 속 공주가 당 태종(626~649년 재위)의 딸이라는 설정은 역사적 불일치에 해당한다. 공주 설화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후대가 덧붙인 전승적 이야기로 청평사의 신비로움을 더하기 위한 상징적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마땅한 듯하다.
청평사 일원은 1984년 강원도 기념물 제55호 '청평사지'로 지정됐다. 청평사 '고려선원(高麗禪園-선禪 수행 도량 공간)'은 명승 제70호, '회전문'은 보물 제164호, '삼층석탑(공주탑)'은 강원도 문화재 자료 제8호로 지정되는 등 주요 문화재와 유물이 분포된 곳이 청평사다. 자연 유산과 인문 유산이 풍부한 청평사 권역은 국가 명승으로 지정될 만한 곳이다.
회전문에서 찾는 고려 시대 건축 양식의 특징

공주 설화의 상사뱀이 넘지 못했다는 회전문(廻轉門)은 중생이 윤회전생(輪廻轉生)을 깨우치기 바라는 의미의 문이다. 보통 사찰의 두 번째 문인 사천왕문을 대신하는 것으로 가운데는 드나드는 통로, 양옆으로는 긴 복도 형식에 마루가 깔렸다. 마루가 깔린 곳은 마치 고대 로마 공공 건물에서 유래한 바실리카 양식 성당의 측랑(측면 통로) 같기도 하다.










▲  춘천 청평사 주요 건축물. 경운루에서 바라본 회전문. 가운데는 드나드는 통로, 양옆은 마루로 구성된 구조.


ⓒ 오순미




청평사 회전문은 청평사 대표 건축물 중 하나로 고려시대 건축 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귀중한 보물이다. 이유는 화려한 화초 무늬가 새겨진 '익공' 때문이다. 익공은 새 날개 모양으로 지붕 하중을 기둥에 전달하고 건물 외관 장식에 사용한다. 회전문은 공포 형태가 주심포(기둥 상부에만 공포 배치)에서 익공(주심포 중 새 날개 형상의 공포)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 양식이어서 옛 건축 양식의 유용한 학습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고려 시대 이자현이 조성한 '영지(연못)'는 주변의 정자 및 암자와 더불어 해외에서는 한국 선종 정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받는다는데 좀 쓸쓸해 보였다. 조경학의 중요 가치를 지닌 만큼 보존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외에도 유교와 도교, 불교를 아울렀던 매월당 김시습은 '세향원'을 짓고 머무르며 청평사의 자연과 문화를 시문으로 남겼다.
계곡, 소, 너럭바위, 폭포 등 아름다운 산수 풍경에 시문과 설화가 어우러진 청평사 가는 길은 이다. 더불어 고려 시대 사찰 건축 양식의 정취를 느끼며 나의 하루를 풍요롭게 가꾸고 싶다면 가볼 만한 곳이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