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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해 지원한 고등학교 입시에 낙방했다. 학원에서 본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충분하다고 했는데 뜻밖이었다. 믿기지 않아 한 번 더 가서 합격자 명단을 확인했으나 내 이름은 없었다. 학원 게시판에는 내 이름이 버젓이 합격자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 잘못 봤나 싶어 그 학교에 다시 가서 확인했으나 없었다. 가서 확인하고 오겠다고 아버지는 내 자취방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나온 길이었다. 합격자 명단에 내가 들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후기 학교에 원서를 내야 하는지, 학원에 다시 다녀야 할지를 두고 어둠이 질 때까지 눈 내리는 길을 돌아다녔다.
학원 국어 선생님을 찾아갔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매달렸다. 학원 원장이 확인한 1년간 대학생학자금대출 수업료 면제 장학 증서를 받았을 땐 이미 통금시간이 지났다. 학원을 나서서 몇 발짝 뛰어갈 때 경찰이 불러세웠다. 종로경찰서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했다. 경찰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왼쪽 팔뚝에 통행증 스탬프를 받고 현저동 집에 돌아왔다. 떨어졌다고 말씀드리기 전에 아버지는 밥상부터 내밀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버지는 내가 갈팡질팡 돌아다니는 전세담보대출금리비교 것을 먼발치에서 다 지켜보셨다. 종일 굶고 다녀 그런지 아버지가 삶아놓은 돼지고기를 허겁지겁 먹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다니다 자퇴한 거라 “학원에서 재수하는 제게 1년 장학금을 줬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단호했다. 곧바로 “삼수(三修)”라고 두 번이나 바로잡고 “삼세번 해봐라”라고 했다. 이튿날 시골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한 아 알리안츠자산운용 버지 말씀은 간단했다. “한 젊은이가 무술을 배우려고 스승을 찾아갔다. 그는 처음 두 번의 훈련을 모두 실패했다. 스승은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고 격려했다. 결국 세 번째 시도에서 기술을 터득했다. 아버지는 이를 ‘초부득삼[初不得三]’이라고 표현했다. 이 성어는 첫 번에 실패한 일은 세 번째는 성공한다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지 꾸준히 노력하면 성공할 현대캐피탈아파트담보대출 수 있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훗날 아버지는 이 성어를 다시 설명했다. 초부득삼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온다. 노(魯)나라 정공(定公) 10년 편이다. 포위된 전투 과정의 반복된 실패를 언급하는 자리에서 등장한다. “세 번 초기(初)에 이기지 못했고, 계속하여 다섯 번 실패함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初不克三 继不羞五).” 무력 채무자 충돌에서 반복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태도를 묘사한 말이다. 이 말은 노(魯)나라 정공 10년의 중요한 군사적 사건에 대한 논평에서 비롯했다. 초부극삼이 구어체로 문해(文解) 과정에서 초부득삼으로 바뀌었다.
삼세번은 인간의 문화, 심리, 사회적 기준 속에서 생겨난 상징적 행동 규범이다. ‘3’이라는 숫자가 완전함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에, ‘세 번쯤은 해보고 판단하자’라는 관습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한두 번 실패하면 재도전을 주저하고, 세 번째 도전까지 가는 경우는 적다. 하지만, 성공 확률은 반복 시도에 따라 올라간다. 집념(그릿), 동기, 보상 기대가 높은 경우 세 번째 도전이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첫 번째 실패는 우연일 수 있다. 두 번째 실패는 상황의 문제일 수 있다. 세 번째 실패는 실력 또는 운의 한계로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요즘 대입 수능 재수생 비율은 전체 응시자의 대략 25퍼센트다. 삼수 이상은 약 5퍼센트 수준으로 추정된다. 고입 재수나 삼수 비율은 통계가 없다. 당시에는 더더욱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버지는 “동물들도 뜻한 대로 안 될 때 반복 시도를 하지만, ‘삼세번’처럼 상징적인 반복은 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반복해서 시도하다 실패하면 비교적 빨리 포기한다”라며 고양이보다 못한 포기를 나무랐다.
아버지는 “돌 뚫는 화살은 없어도 돌 파는 낙수는 있다”라고 전제하고, 세게 내쏘는 화살은 돌을 뚫지는 못하지만, 여러 해를 두고 쉼 없이 떨어지는 낙수는 마침내 돌을 파서 움푹하게 만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무슨 일이든 오래도록 꾸준히 하면 끝내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새기라고 했다. 이어 “가위바위보나 윷놀이할 때도 삼세번 하는 이유는 두 번은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반드시 해야 할 일이면 회수에 구애받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가 삼수한 뒤 학원 선생님들이 모의고사 성적이 좋아 꼭 합격할 거라고 하자 “그것으로 만족합니다”라며 학교를 바꿔 지원하게 했다. 한참 훗날 아버지는 “고등학교 들어가는 목적이 우선이다. 목표 학교는 바꿔도 된다”라고 구분 지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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