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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테이블 오른 미국산 소고기 미국의 상호관세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30개월 이상 소고기나 쌀 등 국내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주택관리공단 뉴스1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3년 만에 다시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는 현재, 소고기와 쌀 시장 개방은 여전히 양국이 풀어야 할 최대 쟁점 중 하나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 체증식 상환방식 교섭본부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 데 이어 다음 날인 25일에는 뉴욕으로 날아가 러트닉 장관 자택을 방문해 협상했다. 하지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렇다 할 만남조차 갖지 못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밀 ‘합의 급식비지원 초안’이 도출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도 쌀과 소고기는 민감한 쟁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 제품 수입·소비가 적은 품목 위주로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명시적인 수입량 제한 규정이 있는 쌀과 소고기 시장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지지기반을 다지기 좋은 호재다. 공화당 수익공유형 모기지 지지층에 농민이 다수 포함돼 있어 내년 11월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좋은 카드가 된다. 대통령실도 “협상 품목에 농산물도 포함됐다”며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농축산물 시장이 늘 우리의 약점이었던 점이 한·미 협상에서 쌀·소고기 개방을 더 쟁점화시키는 요인이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 연구단장은 “우리나라는 늘 내수시장을 지키고 농민을 보호한다는 논리로 협상마다 우려먹었다”며 “이럴수록 우리 협상력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쌀 시장 절대 불가’라고 하면 미국은 자연스레 ‘그럼 대신 무엇을 내놓을지’ 묻는 수순이고, 쌀 시장을 지키기 위해 미국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일본, 호주 등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약속하며 관세 인하를 끌어낸 점을 언급한 김 단장은 “한·미 FTA 때도 우리 협상력이 떨어졌다”며 “정치·경제적 영향을 정량적으로만 환산할 수는 없어도 협상만 놓고 보면 우리는 더 위축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빈손 회동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실제로 수입시장이 현재보다 열린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우려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김 단장은 전망했다. 이미 국내에 쌀 공급이 많고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30개월령 이상이 들어와도 이 제품을 선택할 소비자가 얼마나 많겠느냐는 의문이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 투자까지 약속하며 관세를 낮춘 상황에서 일본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우리나라가 투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상 지렛대로 삼을 카드가 많지 않다.

오히려 현행 상호관세 25% 유지 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만약 이번 협상에 실패하면 한국 경제가 회복 불능의 구조적인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열린 한·미 관세 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에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GDP가 0.3∼0.4%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높은 대미수출 의존도 탓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수출 비중은 44.4%이며 이 중 대미 수출 의존도는 18.8%에 달한다.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캐나다가 76.4%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일본(20.0%)이 뒤를 따랐다. 특히 이 분석에는 일본의 관세율이 15%로 낮아진 점이 반영되지 않아 중장기적인 GDP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협상 실패에 따른 부가적 경제 충격도 뒤따를 전망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의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대미 수출 감소로 직결되고 국내 제조업 생산 위축,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축소,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유빈·채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