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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한국군 장병과 미군 장병이 함께 미 병참선 교량을 구축하고 있다. 육군 제공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주 정부 안팎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단연 '전작권(전시작전지휘권)'이었습니다. 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 카드를 대미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로 했다는 유력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면서입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전작권 전환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 청주 아파트 전세 만, 다시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정부 임기 5년 내 전작권을 환수할 계획"이라고 호언했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자 개인 의견"이라고 대통령실이 부인해 안 후보자는 머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실은 "5년 내 같은 시한 같은 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무직자사금융대출 생소한 장면들입니다. 전작권 전환은 진보 정부의 숙원이었으니까요.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할 수 없는 군대 만들어 놓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호통은 진보 진영의 전작권 담론을 규정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지금까지 회자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1년 "주권 핵심인 군사 작전권을 (미국에) 맡겨놨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 새마을금고 공제 고도 외쳤습니다. 전시 한국군에 대한 지휘 권한이 미국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황당한 상황이란 얘깁니다. 이는 2025년 대선에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작권 환수 추진'이라는 이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어졌습니다.
'표현' 또한 진보 진영의 전작권을 향한 갈망을 보여주는 주요 대목입니다. 진보는 '전작권 전환(tranfer)'보다 '전작권 차량유지비지원 환수(take back)'란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수평적 관계에서 권리를 이양받는다'는 개념 대신 '빼앗긴 것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입니다. '자주 국방' 열망이 상대적으로 강한 진보가 전작권 담론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대미 압박 카드로 쓸 것이란 유력 언론의 관측이나 "현 정부 한국신용평가정보원 5년 내 전작권을 전환할 것"이란 국방장관 후보자의 발언 역시 이 대통령이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전작권 전환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응당한 관측에 기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웬걸. 되레 현 정부는 전작권 전환 담론에서 한발 빼고 있습니다. '전작권 전환'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마저 감돕니다. 왜일까요?

데드라인 사라진 전작권 전환...'중장기 프로젝트'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019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노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는 화면 앞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김해=전혜원 기자


첫 번째 이유는 우리 의지만으로 전작권을 가져올 수 없도록 해놓은 현재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협의 구조 때문입니다. 전작권 전환 논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6월 일대 전기를 맞았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12년 4월까지 전작권을 전환키로 전격 합의한 것이죠.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전환 시기가 2015년 12월로 한 차례 연기됐습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선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일정 '조건'들을 충족하면 전환하는 '조건부 전환'에 합의했습니다. ①연합방위 주도를 위한 군사 능력 ②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된다고 한미가 공히 판단하면 그때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한 정권이 공약을 걸고 이행하는 단기적 과제라기보다는 한미 간 지속적인 군사·외교적 협의·평가가 수반되는, 언제 끝날지 모를 장기 프로젝트에 가까운 셈이죠.
위 실장이 "전작권은 대미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미국이 제시한 데드라인(8월 1일)이 명확하지만, 조건부에 합의한 전작권에는 데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카드로서의 자격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죠.

中으로 시선 돌리는 주한미군...美, 전작권 내려 놓기 어려워



3월 20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E1전차가 연합부교를 건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렇다면 해당 조건들을 충족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키운다면 그때는 가능할까요? 3대 조건 중 마지막 조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입니다. 풀어쓰면 '전작권을 한국에 넘겨줘도 될 만큼 한반도와 그 주변의 안보 정세가 안정적이냐'라는 얘깁니다.
여기엔 미국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논리가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대북 억제에 국한됐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유사시 대만 방어 등 중국을 견제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게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개념의 요지입니다. 그리고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에서 한반도뿐 아니라 굳이 '역내'라는 표현을 구겨 넣은 건 다분히 '중국의 군사적 팽창' 상황도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금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펼쳐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 굴기는 이 합의가 이뤄진 박근혜 정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입니다. 중국군의 실력은 지금도 매일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이 매일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주한미군의 총 끝이 중국을 겨냥한다면, 주한미군 운용과 맞물린 전작권을 과연 미국이 한국에 내어줄까요?"라고 되묻더군요.

진보·보수 다툴 동안 전작권 매일 멀어질라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한미 양국 쿼드 참여 반대, 전작권의 즉각 전면 환수와 11차 방위분담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배우한 기자


이재명 정부가 현시점에서 전작권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현 정부에 닥친 대표적인 과제, 즉 '한미 관세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이 더 다급한 탓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방적인 상호관세 부과로 시작된 관세 전쟁 기간 한국은 세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미국을 어떻게든 만족시켜야 하는 국면에서 전작권 전환이라는 거대하고도 민감한 현안을 먼저 꺼내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려면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입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이밀며 남북 간 대화에 빗장을 걸어 둔 반면 북미 간 재협상 가능성을 조용히 열어두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한반도 운전자' '북미 간 중재자'를 자처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를 오갔던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다른 형편입니다. 미국에 아쉬운 소리를 해서라도 차후 북미 간 대화 기류에 올라타야 하는 게 현재 우리의 상황입니다. 대북 정책에 관여하는 현 정부 인사는 "남북 간 긴장 이완을 목표로 대미 외교력을 쏟아야 할 때다. 전작권 논의를 하는 데 외교력을 분산할 때가 아니다"라고 진단합니다.
여권의 한 정치인은 "전작권 전환이 진보의 의제로 고착화된 게 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실제 전작권 담론은 '진보는 전환, 보수는 반대'라는 프레임에 갇힌 측면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지만 이에 회의적이었던 박근혜 정부가 뒤집어 버린 것처럼요. "미국에 빼앗긴 것을 되찾아 오자"는 접근보다 전작권 전환 필요성에 대한 우리 내부의 잘 정돈된 공감대를 만드는 게 먼저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전작권 전환을 하니 마니 두 진영이 서로 다툴 동안 전작권 전환을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들은 매일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