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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23.5.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년 전 여름 휴가지로 이란을 택했습니다. 핵무기, 미국의 제재, 반(反)이스라엘같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말고도 페르시아 제국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미국이 '불량 국가'로 지목한 이란 내부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2주간의 방문으로 이란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희석을 넘어 되레 긍정적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 파일숨기기체크해제 배경에는 BTS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운다는 소녀, 대장금을 세 번이나 봤다는 아주머니, 길을 잃지 않도록 지하철역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직접 데려다준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 억압적인 정부, 핵무기. 이란을 보며 자연스레 북한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란의 사람들이 국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 천안 아파트 전세 줬듯, 우리나라 2030 세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최악을 달리는 상황에서 '사람'이라는 가치를 앞세워본다면 인식 변화를 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북한 주민에 대해 얘기하는 건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사람, 즉 인권 문제 자체는 진보의 의제로 간주되지만 앞에 '북한'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상황이 역전되는 아이러니에 직 카드캐피탈 면하게 됩니다.
정치적 색깔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는 외교적 교섭 수단이 됐다가 대북 압박 수단으로 탈바꿈되는 게 현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수 진영은 인권 침해 사례를 알리며 북한을 공격하는 반면, 진보와 민주 진영에서는 인권 문제에 앞서 대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공식 사업으로 승격했 아파트전세자금대출조건 고, 박근혜 정부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며 인권 침해 사례를 대대적으로 알렸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때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논란이 있었고, '북한 인권 백서' 발간을 중단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탈북자의 날'이 제정됐으며, 북한인권보고서가 처음으로 공개 발간됐습니다.
실제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매수인 1990년대 후반 활동을 시작한 이래 5개의 행정부를 거치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념적∙정당적 갈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마찬가지로 대북 인권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도 정권의 결에 따라 프로그램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합니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해소됐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다시 암흑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권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은 정치적 성향을 뛰어넘어 북한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NKDB가 지난해 10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수 성향의 응답자 72.9%, 진보 성향의 응답자 68.5%가 북한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정치 담론이 대중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릴 만큼 민감한 문제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이고 비정파적인 의제로 북한 인권을 다뤄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 같습니다.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이 정권의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면 실효적인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겁니다. 인권 문제를 남북 관계의 지렛대로 삼는 것이 북한을 움직이는 데 실효적일지도 의문입니다. 오히려 북한 인권 정책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래서 북한이 한국의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는 방법이 아닐까요.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