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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타워 전망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탁 트인 남해 앞바다 곳곳에 컴퓨터 키보드 모양을 한 구조물들이 떠 있었다. 매년 전국 전복의 70% 이상(1만6000t)을 생산하는 완도의 가두리양식장들이다.
축구장(7140㎡) 4만8860개 크기인 완도 양식장(3만4887㏊)에서는 전복과 함께 김·미역·다시마 등 해조류(海藻類)가 한 해 88만여t 이 생산된다. 전국 해조류 생산량의 50% 수준이다. 이중 전복 가두리는 2005년 236㏊ 규모에서 현재 3093㏊로 바보취급 20년 새 13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최대 규모인 완도 양식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진 바 있다. NASA는 2021년 4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인공위성에서 포착한 지구 모습을 소개하는 ‘지구 전망대(Earth Observatory)’ 사이트에 완도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사진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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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주변 해조류 양식장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당시 랜싯8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에서는 완도 양식장이 점선처럼 흩어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NASA는 “기온이 따뜻하고 조수가 강하지 않은 자유적금이자계산기 완도의 얕은 바다는 다시마·김·미역을 기르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NASA가 소개한 완도의 대규모 양식장은 1981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수산청 산하 완도어촌지도소에서 전복 양식을 민간에 퍼뜨린 것이 출발점이다. 당시 완도어촌지도소에서 어촌지도사(7급)로 일하던 신우철(72) 완도군수는 채롱(採籠·그물 망태기) 르노삼성자동차 할부 을 이용해 국내·외 최초로 전복 양식에 성공했다.
신 군수는 “80년대 초반만 해도 전복 양식은 국립수산진흥원에서 어촌계별로 분양해준 치패(稚貝)를 바다에 뿌리는 방류(放流) 수준이었다”며 “전복이 워낙 귀하니 양식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복을 줄에 묶어 먹이를 주는 방식을 착안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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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가두리양식장에서 생산된 전복. 중앙포토


채롱양식 성공 후 전복 양식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기존 채롱양식을 90년대부터 바다 그물망에서 키우는 가두리에 접목한 게 출발점이다. 전복 양식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가두리(가로 2.5m×세로 2.5m) 양식은 1줄식·2줄식 설치 방식을 거쳐 2000년부터 현재의 4줄식으로 정착됐다.
가두리 칸마다 양식 공간을 4배까지 늘린 양식 기술의 발전은 폭발적인 전복 생산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1990년 2t 수준이던 국내 양식전복 생산량은 가두리양식 초기인 1998년 78t으로 늘어났다.
이후 전복은 현재의 4줄식 가두리 도입 초반인 2006년 679t대로 늘어난 뒤 지난해에는 2만3317t까지 급증했다. 신 군수가 전복 양식에 가두리를 도입한 후 전복 양식량이 300배가량 증가했다. 전복 양식을 하기 전인 45년 전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2만3000배 이상 늘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전복 생산량 급증은 1980년 ㎏당 10만원이 훌쩍 넘던 전복가격을 매년 낮춰갔다. “환자들이 먹는 전복죽마저도 부자들만 먹을 수 있다”라는 말도 옛말이 된 상황이다. 완도 전복의 산지 가격은 2010년 ㎏당 4만8000원(8미 기준)에서 올해 2만4000원대까지 낮아진 상태다.
전복가격 하락은 가두리양식에 따른 생산량 급증 외에도 출하주기 단축과 태풍·고수온으로 인한 폐사를 우려한 어민들이 6월 '홍수 출하'하는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양식기술 발달에 따라 출하주기는 과거 1년 6개월에서 최근 1년으로 단축됐다.
전복 과잉생산 문제가 불거지자 전복을 생산하는 지자체들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전복 수출 확대와 전복죽·버터구이 등 가정간편식(HMR) 제품 개발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산 전복 수출량은 2020년 1355t에서 지난해 2185t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데이터로 키우고 AI로 지키는 청정바다 수산양식 플랫폼. 사진 완도군





전남 완도군의 한 전복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전복을 선별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복의 대중화를 이끈 완도군은 최근 ‘인공지능(AI) 수산양식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가두리양식장에 수중카메라와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설치해 스마트 양식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완도군은 지난 1월부터 7억5000만원을 투입해 양식장별 데이터 시각화 및 빅데이터 분석 지원 등을 통해 전복 양식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
신 군수는 “AI 양식은 수온과 용존산소, 염도 등 양식장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폐사 위험 조기진단과 양식 밀도 분석 등이 동시에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무엇보다 최적의 출하 시기 예측·조절 등이 가능해져 전복의 홍수 출하를 막고, 가격 안정과 어민소득을 높일 수 있는 전복 양식의 제2 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도=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