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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활동 위축시키던 경제형벌 합리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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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공백 막게 촘촘한 대체입법도 고민해야

정부와 여당이 경제형벌 합리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6000여 개에 달하는 경제형벌 중 불합리한 110개를 1차로 손질해 정기국회에 입법안을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위반 행위에 비해 과도한 형사처벌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 전반에까지 악영향이 미쳤던 문제를 파랑새저축은행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형벌을 1년 내 30% 정비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형법상 배임죄 폐지다. 그동안 배임죄는 모호한 규정과 추상적인 요건, 광범위한 적용 범위 탓에 ‘만능 처벌 조항’으로 쓰였다. 검찰은 입맛에 따라 기소 여부를 달리했고, 재판부의 판단도 국민은행자영업자 제각각이었다. 기업인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되고, 한국이 ‘기업인 처벌 공화국’이란 소리를 듣게 된 것도 배임죄 탓이 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배임죄로 고소·고발된 사건 중 실제 기소된 비율(14.8%)은 전체 형사사건 기소율(39.1%)보다 현저히 낮았다. 배임죄를 앞 개인회생면책 세운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배임죄 무죄율도 다른 범죄의 두 배를 웃돌았다.
주주 충실 의무 등을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나 과도한 친노조 성격의 ‘노란봉투법’ 등으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옥죄던 각종 법제도를 폐지·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경총은 “이번 합리화 작업이 규제 개선의 초 학자금대출 이자계산 석이 되고, 앞으로 경제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반영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의 자율성 보장과 경제인의 경영 책임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한 배임죄 폐지가 정치인이나 부도덕한 경영진을 위한 면책 수단으로 변질돼선 곤란하다. 야당은 “친기업법으로 포장한 배임죄 폐지가 실상은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법”이라 중고차코리아 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대체 입법 과정에서 주체와 행위 요건을 구체화하고, 기존 배임죄에 해당하는 범죄와 관련해 정치인 등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배임죄 폐지 등 경제형벌 합리화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첫발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감을 앞두고 ‘망신주기식’ 기업인 증인 신청 같은 구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 손보는 것은 전체 경제형벌의 1.6%에 불과하다. 한국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기업이 안심하고 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형벌 체계 구축은 물론 각종 규제 개혁 및 완화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시늉에 그치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