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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결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현존 최고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의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후반부에 접어든 지난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기자간담회장에 그가 나타났다. 그는 폭력과 테러 등으로 점철된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현실 정치와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묵직한 주제로 세계 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탈리아 대표 감독이다.
20대 중반에 연출한 첫 장편 ‘호주머니 속 여의도인터넷 의 주먹’(1965)이 로카르노영화제에 소개되며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두 번째 장편 ‘중국은 가깝다’(1967)로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올해까지도 ‘뽀르또벨로’(2025)를 발표하는 등 60년간 5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하며 억압에 맞서는 인물에 주목했다.
베니스영화제 평생공로상(2011), 칸영화 신용회복중 대출 제 명예황금종려상(2021)을 받은 벨로키오 감독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회고전을 개최할 정도로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는다. BIFF는 그에게 ‘시네마 마스터 명예상’을 수여했다. 탁월한 예술성과 혁신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한 거장에서 전달하는 평생공로상 격이다. 또 특별기획 프로그램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를 마련해 그의 대표작 8편을 부산 hk저축은행 상영하고, 시네필을 대상으로 한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했다.

BIFF 사무국이 ‘역대급 게스트’의 첫손으로 꼽는 그이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인 것도 사실이다. 그의 이번 BIFF 초청이 아시아 지역 영화제 첫 방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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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이 지난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정성운 인턴기자


혼돈의 정치 얘기를 많이 다룬 그의 작품엔 폭력과 고문, 심지어 살인까지 수시로 등장한다. 당장 첫 장편 ‘호주머니 속의 주먹’부터가 폭력으로 점철된 미등록대부업 광기의 가족을 다룬 작품이다. 그런 그였기에 60년 동안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첫 질문이 전달됐다. “꿈이 있었고, 정치적 유토피아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과거를 돌아본 그는 “폭력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작품엔 유독 가족 서사가 많이 등장한다. 알도 모로 전 총리의 납치를 다룬 300분짜리 ‘익스테리어, 나잇’(2022)이나 유명 TV 진행자가 연루된 마약 스캔들의 진실을 좇는 ‘뽀르또벨로’ 등 강렬하고 긴박한 정치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내 목소리를 내고 싶어 정치 영화를 많이 했지만, (동시에)인물이나 인물 간의 관계에도 관심을 갖고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경험과 성장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과 학교 교육을 통해 가족 관계나 유대를 중시하는 가톨릭적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며 “가족과 정치는(분리된 게 아니라) 복잡하게 연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이 지난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영화 철학을 소개했다. 정성운 인턴기자


벨로키오 감독은 ‘저항하는 삶’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이 주로 탄압받는 약자에 대해 많이 다룬다는 질문에 그는 “주인공들이 결코 약자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고 경계했다. 그는 “겉으론 약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애쓰고 발버둥친다”며 “저항의 발버둥, 움직임을 좋아하고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감독은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의 회생을 주도한 고 세르조 마르키온네를 다룬 작품을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큐멘터리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그는 “어떤 형식으로 풀어낼지 연구 중”이라며 “굉장히 복잡하지만, 연구하는 걸 즐기고 있다”며 식지 않은 열정을 과시했다.
간담회에서는 이탈리아의 전설적 영화음악 감독 고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일화도 소개됐다. 모리코네는 ‘호주머니 속의 주먹’과 ‘중국은 가깝다’ 등에 참여했다. 벨로키오 감독은 “모리코네는 당시에도 명성이 높았다”며 “신인인 제 작품의 편집본을 우연히 전달받고는 즉석에서 흥얼거리며 곡을 만들었다”고 기억을 살렸다.
부산과 BIFF의 경험에 관해 “기쁘고 영광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 그는 마지막 인사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저항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