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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셈을 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된다. 발레를 아무리 좋아한들 발레로 먹고살 수 있을까. 그림 그릴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이걸 업으로 삼는 건 조금 대책 없는 게 아닐까. 전공할 거 아니면 적당히 취미로만 해야겠다…. 미래에 돈이 될지 말지를 따져보고 미리 마음을 접는다. 이게 이 땅의 많은 ‘어른이’들이 해왔던 ‘진로 탐색’의 방식이리라.
‘발레가 좋으면’은 ‘계산’이 되어버린 진로 탐색의 진짜 의미를 풍성하게 되살리는 책이다. 발레가 좋지만 “전문 무용수가 되기는 아주아주 어렵”다며 주저하는 소녀는 읊조린다. “아, 미래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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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눈을 감자 평행우주가 펼쳐진다. “발레가 좋은 나는 20년 뒤에 어쩌면, 발레복을 만들고 있을지도 몰라. (…) 무용수들이 내 옷을 입고 나풀나풀 춤추는 모습을 보면 내가 추는 것처럼 정말 행복해.” “사람들은 내 글을 읽으면 발레가 더 좋아진다고들 해. (…) 발레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나는 문화 전문 기자야.” “환상적인 무대 배경이오션파라다이스 온라인
눈 깜짝할 사이에 짠 변신 하려면 기계 장치를 섬세하게 다루는 내가 필요하지. (…) 발레와 무대를 사랑하는 나는 무대 기계 감독이야.”



출판사 노란상상 제공


이 평행우주에서는 무대 중앙에서 홀로 환한 핀 조명을 스탁프린스
받으며 탁월한 기량을 뽐내는 수석 발레리나는 없다. 대신 각각의 재능과 역할을 발휘해 근사한 발레 공연에 일조하는 다양한 직업인이 있다. 아니, 꼭 직업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우주에서 20년 뒤의 나는, 그냥 발레를 보러 온 관람객일 수도 있어. (…) 공연에 몰입하고 감탄하는 우리의 마음이 무용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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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맞지 않는다고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둘 소거해 가고, 그러다 생의 활기를 잃고 마는 우리에게 소녀의 다짐은 여운을 남긴다. “나는 발레가 정말 좋아. 그 마음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갈 거야. 발레가 좋으면 그냥, 좋아하면 돼.” 눈 내리는 겨울밤 달뜬 얼굴로 발레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서, 어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순수한 기쁨이 스쳐 간다. 맨 뒷장장외주식거래세금
, 발레 공연장 객석을 정돈하는 한 청년의 실루엣에 핀 조명이 비추며 책은 이야기를 끝낸다. 노오란 빛이 말없이 청년의 삶을 응원하는 것 같다. 한국화와 심리학을 전공한 지은이 김윤이는 “어른이 되어 운동 삼아 시작한 발레에 푹 빠져” 발레 그림책을 두권째 펴냈다고 한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