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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아현감리교회. 십자가가 그려진 천이 관을 덮고 있었고 그 위에 장미꽃과 국화꽃들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었다. 기독교대한감리교(기감) 제26대 감독회장을 지낸 신경하(84) 감독의 마지막 가는 길이였다.
1000여명의 조문객들이 긴 줄을 지어 흰 국화꽃으로 헌화했다. 조화와 부의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오직 꽃 한 송이와 기도만이 마지막 인사의 전부였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천국환송예식에서 아현감리교회 찬양대가 고인이 좋아한 찬송가 재테크방법
‘험한 시험 물속에서’(400장)를 부르자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김정석 기감 감독회장은 설교에서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원재 남산교회 목사는 “감독님을 ‘집 뒤에 버티고 서 있는 큰 산 같은 분’이라고 표현한 동료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에이프로테크놀로지 주식
추모했다. 20년간 비서를 자처했다고 고백한 송병구 색동교회 목사는 “그분은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하며 함께하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정의 없는 화해를 거부하셨고 사랑 없는 정의 또한 멀리하셨다”고 추도했다.
이날 문진영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참석해 고인에게 추서된 국민훈장 모란장을 전달했다중장기추천주
. 고인의 장남 신규석 그린빌한인연합감리교회 목사는 “‘신경하’라는 이름의 부끄럽지 않은 아들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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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인천 강화도 출생인 신경하 감독은 66년 감리교신학대 졸업 후 대황금포카성
광감리교회 도봉감리교회 우이감리교회 아현감리교회 등의 교회를 거쳐 2004년 감독회장에 선출됐다. 4년 전임제 도입으로 감리교 역사에 변곡점을 만들었다.
NCCK 회장 등을 역임하며 에큐메니컬 운동을 이끌었고 한국교회 교단장협의회 상임대표, 아시아감리교협의회(AMC) 의장, 세계감리교협의회(WMC) 공동회장,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이사바다이야기게임
장 등 한국교회와 감리교를 대표하는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은퇴 후에는 고향 인천 강화도에서 11년간 농부로 살며 지역민들과 동고동락했다.
국민일보는 신경하 감독이 지난 13일 수술을 앞두고 작성한 유서를 입수했다. “나는 내일(14일) 세브란스 병원에서 두경부암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준비하는 밤이다. 만일의 예측 못 한 생사의 갈림길이 될는지 모르기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문자의 기록으로 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돼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는 “나는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오늘을 충실히 살고 매 순간을 값지게 사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또한 “2019년 4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등록했으며 세브란스 의과대학에 2022년에 시신을 기증하였다”고 밝혔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러시아 문호인 레프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주인공이 죽음 직전에야 “내 인생이 올바르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자문하는 장면을 그렸다. 하지만 신경하 감독은 “오늘까지 살아온 나의 85년의 세월은 하나님이 함께하신 은총의 세월이었다”고 고백했다.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담겼다. 아내에게는 “내 곁에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며 56년 결혼생활에 감사를 표했다. 두 아들에게는 “목회자의 아들로 성장하는 과정에 갈등과 고민도 많았을 터인데 잘 인내하며 극복할 수 있어서 고맙다”며 “아빠가 떠나면 홀로 계신 어머니를 외롭지 않도록 늘 문안과 안부로 소식을 나누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례에 대한 구체적 부탁도 담았다. “빈소는 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배는 아현감리교회에서 한 번만 드리도록 하자. 조의금이나 조화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에는 좋아하는 성경 구절인 마태복음 5장 9절을 남겼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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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전하고자 했던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신경하 감독은 기독교적으로 완성했다. 그는 “내게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오늘의 삶을 더 충실히 보람있게 살기 위한 다짐이자 매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적었다.
조화도 부의금도 빈소도 거부한 그의 마지막은 죽음조차 겸손하게 맞이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보여줬다. 그의 ‘메멘토 모리’는 두려움이 아닌 소망이었고 끝이 아닌 완성이었으며 이별이 아닌 영원한 만남의 시작이었다.
김아영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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