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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30일 “배임죄가 남용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TF 회의에서 “과도한 경제 형벌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 내 경제 형벌 합리화 TF도 곧바로 가동하겠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정비를 해서 ‘1년 내 30% 정비’ 같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 정부는 실용적인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 신한은행 대출이자 기업 활력을 회복하고 투자 분위기 확대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100조원 이상 국민 펀드 조성 방안을 마련해 향후 20년을 이끌 미래 전략 산업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 4일인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계가 우려하고 있는 ‘더 세진’ 상법 근로자전세자금대출이자 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인상도 추진 중이다.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유럽상의에 이어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불과 하루 전날인 29일 국무회의에선 자동차유지비비교 반복적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면허 취소, 대출 제한, 전담 수사팀 구성 같은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지시했다. 산업재해 공시를 통해 주가 폭락을 시켜야 한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하루 사이로 180도 달라진 대통령 발언에 기업들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고 했다.
◇재계 “하루새 180 연체자소액대출 도 바뀐 대통령 발언… 불확실성 극대화”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경제TF 회의에서 수사 기관이 기업인에게 적용해 온 배임죄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규제 혁신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 기업 경영 활동을 하다가 잘못하면 감옥 가는 수가 있다면서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외국인매매동향 있도록 신뢰에 위반됐다는 이유로 경제적·재정적 제재 외에 추가로 형사 제재까지 가하는 건 국제적 표준에 과연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여러 경제·기업인과 만나면서 배임죄에 대한 공포에 대해 들었다”며 “특히 외국인들은 ‘한국에 배치되면 그만두겠다’ 이렇게 말한 사람까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상당히 그 부분에 대해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현재 민주당에선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고, 형법상 배임죄는 ‘경영상 판단’을 위법성 조각 사유로 명문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 실장은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가 민주당안(案)보다 “조금 더 나아간 것”이라고 했다. 배임죄 전면 폐지도 가능하냐는 물음에는 “입법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면서도 “이 대통령은 제도 개선이 제대로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혁신에 대해서도 “행정 편의적이거나 과거형, 불필요한 규제는 최대한 해소 또는 폐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규제 합리화를 통해 기업이 창의적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획기적인 규제 혁신을 포함한 산업별 발전 방안도 조속히 만들어서 AI(인공지능)를 비롯한 첨단 기술 산업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미래 산업과 AI 중심의 첨단 기술 산업 중심으로 경제 생태계를 전환하겠다고 했고, 지역 균형 발전으로 양극화도 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 발언은 여권의 상법, 노란봉투법, 법인세 인상 추진 등에 따른 재계 반발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메시지 혼선으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업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전날엔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제재 조치를 직접 주문했기 때문이다. 사망 사고가 난 특정 기업을 콕 집어 “미필적 고의 살인 아니냐”고도 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노조가 경영 판단과 관련해서도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하고 상법 개정으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어떻게 쓸지 스스로 결정도 못 하게 만드는 걸 추진하면서 대체 어떤 대목에서 ‘친기업’이라고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과 관련해선 며칠 사이에 너무 상반된 말을 하니 규제도 결국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것만 풀어줄 것 같다”고 했다. 기업에선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 52시간제 예외’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다가 결국 철회한 것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기업 규제 완화와 배임죄 손질 언급은 최근 이어진 부정적 경제 전망을 반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4%로 전망했다. OECD가 전망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낮은 1.88%로 내다봤다. 이재명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최근 경제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많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치는 (1.0%에서 0.8%로) 0.2%p 하향 조정됐지만 내년 성장률의 경우는 1.4%에서 1.8%로 상향 조정됐다”며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잠재성장률 추세 반전까지도 꼭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TF를 ‘성장전략TF’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경제의 활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은 -0.2%를 기록하며 ‘역성장’했고, 2분기도 0.6%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