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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종교를 믿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목탁 모양의 두꺼비 등을 긁으며, 성경의 한 구절을 읊곤 한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저의 큰 탓이로소이다." 그 짧은 순간이, 일하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마음을 달래주는 나만의 의식처럼 되어버렸다. 이 분노는 다른 데서 오는 게 아니다. 산업재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답답한 상황 때문이다. 회사와 병원, 그리고 근로복지공단까지. 여러 지점에서 부딪히고 다투기를 반복한다. 어제도 싸웠고, 오늘도 화를 내야 했다.
노무사로서 첫 산업재해 사건을 맡은 것이 2017년이니,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사건을 경험했지만, 최근에서야 비로소 '천일고속 주식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건을 만났다. 그것은 승인될 가능성이 큰 사건이거나, 큰 수임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회사와 근로복지공단 그리고 병원 모두 재해자의 산업재해 신청과 요양이 힘들지 않게 노력했던 사건이다. 수많은 사건 중 화낼 일이 없었던 유일한 경험이었다.
사건의 재해자는 대표를 포함하여 네 명이 함께 일하는 PC파칭코
작은 자동차 공업소에서 근무했다. 공업소는 늘 일이 많았고, 재해자는 좁은 공간에 몸을 비집고 들어가 종일 작업에 몰두했다.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물건을 다루는 일도 흔했다. 그렇게 쌓인 부담이 그의 허리와 어깨를 망가뜨렸고, 결국 더는 일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재해자는 산업재해 신청을 고민했다.성인릴게임
다만, 공업사 대표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회사에 피해가 될까 걱정되었다고 했다. 재해자는 주변에서 일하는 노무사를 찾아 고민을 털어놓았고, 노무사는 회사에 피해가 발생할 일은 없으니 꼭 산업재해 신청을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수술 후, 당분간 일을 할 수 없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재해자는 산업재해 신청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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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노동자를 골칫거리로 취급하는 대신,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소중한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일이 아니다TIGER레버리지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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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생성 이미지
'미안해요' 생각지도 못한 대표의 반응
재해자의 고민을 듣고 산업재해 신청을 독려한 나는, 회사에 산업재해 신청을 반드시 알릴 필요는 없으며, 설사 회사가 산업재해 신청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대도 신청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동안 경험한 대부분 사건에서, 회사는 재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을 고깝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해자는 '그래도 대표에게 먼저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세히 설명할 자신이 없으니, 옆에서 도와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그렇게 내 옆에서 재해자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가 이상한 소리를 하면 내가 대신 전화를 받으려 준비했다. 그런데 아뿔싸, 대표의 첫마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몸은 좀 괜찮아요?" 대표는 재해자의 안부를 가장 먼저 물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산업재해 사건에서 익숙지 않은 말이었다. 다음 이어진 말은 더욱 놀라웠다. "산업재해 신청은 당연한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울 테니 치료에만 집중하세요." 산재 신청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응원하다니?
마지막으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말고 몸부터 챙기세요. 내가 정말 미안해요. 그렇게 될 때까지 몰라봐서… OO씨한테 내가 정말 미안해요." 회사 대표가, 재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나는 이제껏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산재 신청을 준비하는 동안 대표는 재해자가 요청하는 모든 자료를 부지런히 전달했다. 밤늦게 전화해 본인이 전달한 자료가 충분한지 확인도 했다. 심지어 직원들과 함께 작업 사진까지 촬영하며 재해자 업무 부담 입증을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재해자 휴직 기간 중 생계유지를 위한 조치도 충분히 제공했다.
친철한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라니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를 완료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당시 재해자에게 조금 오래 기다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상병에 대해 앞서 접수된 사건이, 이미 5개월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류 접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보험가입자 의견을 요청한 상태라며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재해조사가 이루어질 것인지를 안내했다. 재해경위서를 꼼꼼히 읽어보았는지, 관련된 질문도 많았다.
감격스러웠다. 사실 사건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내가 먼저 전화하여 사건 경과와 이후 진행절차를 확인한다. 그마저도 대부분 "노무사니까 다 아시잖아요"라는 퉁명스러운 답변으로 머쓱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달랐다. 상상만 하던 친절한 행정이었다. 재해자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신속히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는데, 정말이지 심장이 콩닥거렸다. 너무 좋아서…!
재해자에게 필요한 제도를 먼저 안내한 근로복지공단병원
신청에서 승인까지는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승인이 난 후, 산재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던 재해자는 곧바로 근로복지공단 병원으로 전원했다. 처음에는 그저 평소처럼 치료를 이어가는 정도라 생각했고, 나 역시 이제 내 역할은 끝났구나 싶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 병원 담당자로부터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담당자는 재해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재활특진제도에 대해 안내했다. 재해자가 일반적인 치료를 넘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였다. 나조차도 전혀 모르는 제도였다. 병원 담당자는 이용 방법과 절차를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했고, 재해자는 그 과정을 통해 만족스러운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재해자는 모든 치료를 마치고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다행히 아픈 곳은 없다고 한다.
산재 신청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회사, 재해자의 주장을 꼼꼼히 살펴 신속히 처리한 근로복지공단, 그리고 필요한 치료를 제안하며 사회 복귀까지 힘써준 의료기관. 돌이켜보면 정말 운이 좋은 사건이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좀체 찾기 힘든 경험이기에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한편으론 씁쓸하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재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반드시 거창한 제도 개선이나 법 개정만은 아니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아픈 노동자를 골칫거리로 취급하는 대신,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소중한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것. 행정 편의에 매몰된 절차와 규정만을 앞세우기보다, 눈앞의 재해자가 겪는 고통을 조금 더 섬세하게 살피는 것. 재해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작은 곳에서 시작되는 세심한 관심과 존중이다. 일하다 다치고 아픈 재해자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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