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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도마뱀 등 파충류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들은 이들도 감정적인 풍요로움을 갖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이를 증명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연구자들이 거북이도 감정·기분과 같은 ‘정서 상태’를 경험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올리버 버먼 영국 링컨대 교수 등 연구진이 붉은발거북 15마리를 대상으로 ‘인지 편향 검사’를 진행한 결과, 거북도 단순히 좋거나 나쁜 자극뿐 아니라 장기적인 기분을 경험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경봉 주식
.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생물학 저널 ‘동물 인지’에 실렸다.
논문의 교신 저자인 버먼 교수는 “파충류가 단기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면서 “이미 그들이 즐겁거나 불쾌한 자극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장기적인 ‘기분 상태’(mood states)를 경험하는가 아닌가는 더 중요한동부제철 주식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토록 중요하다면 왜 지금까지는 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그는 “아마도 우리가 그들(파충류)에게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답했다.
이 같은 무관심은 파충류가 오랫동안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로 폄하되어 온 것과 관련이 있다. 1892년 비교심리학의 선구자인 찰스 헨리 터너는 파충릴게임용의눈
류를 ‘지적 난쟁이’라고 묘사했다. 그로부터 약 80년 뒤인 1973년에도 저명한 과학자들은 ‘어리석음의 진화적 이점’이란 논문에서 파충류를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아주 작은 뇌를 가진 존재”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버먼 교수가 이런 통념을 뒤집는 ‘파충류 르네상스’를 이끄는 과학자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수년 전부터 버먼 교수를 비바다이야기모바일
롯한 과학자들은 거북이가 서로의 행동을 학습하고, 뱀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며, 악어도 복잡한 의사소통을 하는 등 파충류 또한 포유류나 조류에 못지않은 인지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도 주관적인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 이번 연구에선 이를 알아보기 위해 붉은발거북에게 ‘인지 편향 검사’를 진행했다. 인지 편향 시스템매매
검사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정서적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동물복지 연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실험법이다.



낙관적인 상태의 거북은 머리를 더 길게 내미는 등 편안하고 자신감 있는 행동을 보인다. 위키미디어코먼스


검사의 핵심 원리는 동물에 내재한 정서 상태가 불확실하거나 모호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긍정적인 기분인 동물은 모호한 자극에도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낙관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부정적 상태의 동물은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실험을 위해 먼저 거북이 15마리를 빈 그릇이 두 개 놓인 울타리 안에 넣었다. 연구자들은 거북이가 한쪽 그릇에 다가가면 좋아하는 먹이인 루콜라를 제공했고, 다른 쪽 그릇에 다가가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이렇게 거북이들에게 각 위치를 보상(루콜라) 및 무보상(빈그릇)과 연결하도록 학습시킨 뒤, 두 그릇의 중간 지점에 새로운 그릇을 배치했다. 그런 뒤 거북이가 먹이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애매한 그릇에 얼마나 빨리 다가가는지를 기록해 거북들의 정서 상태를 추정하는 지표로 활용했다.
그다음 연구자들은 이러한 인지 편향 검사 결과가 단순히 개체 간의 이동 능력 차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불안 검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2주간 거북들에게 낯선 물체를 제시하고, 이전과는 다른 무늬의 벽과 바닥이 덮인 새로운 울타리에 넣어 낯선 환경을 조성했다. 거북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물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 결과, 인지 편향 검사에서 낙관적인 반응을 보인 거북일수록 낯선 물체·환경에 불안 행동을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낙관적인 거북은 새로운 환경에서 머리를 더 길게 내미는 등 편안하고 자신감 있는 행동을 보였다. 이는 거북의 기분 상태(낙관적·비관적)가 단기적인 정서(불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인지 편향 검사가 파충류에게도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분리 불안을 겪는 개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2010년 연구 결과와도 유사하다고 한다.
연구진은 논문 결론에서 “이번 연구는 파충류가 이전에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정서적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우리가 파충류를 감응력 있는 존재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과, 그들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가에 있어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파충류도 고통을 겪을 뿐 아니라 지속해서 긍정적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서 “사육환경을 관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반려동물로 사육되는 도마뱀·뱀·거북의 복지가 악명 높을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로 길러지는 대다수의 파충류는 투명한 좁은 유리장에서 사육되거나 환경 풍부화 없이 부적절한 조건에서 길러진다.
논문 공저자인 안나 윌킨슨 링컨대 교수는 “인간은 포유류의 행동·표정을 읽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파충류의 경우에는 똑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것이 정상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충류 복지를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인용 논문: Animal Cognition, DOI: 10.1007/s10071-025-01973-y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